‘9·11 갤러리’ 아이 손잡고 온 엄마…“10년 전 비극 가르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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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 테러로 숨진 3000여 명의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의 빛’이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제로 상공을 비추고 있다. 이날 시험 가동된 ‘추모의 빛’은 9·11 테러 10주년인 11일 맨해튼 상공을 수놓을 예정이다. [뉴욕 AP=연합뉴스]


지난 1일 낮(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언론박물관 ‘뉴지엄’(Newseum) 안 ‘9·11 갤러리’에는 평일 낮인데도 사람들이 북적댔다. 초등학생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았다.

 “9·11이 일어났을 때 딸은 세 살, 아들은 두 살이었다. 그 아이들에게 9·11이 뭔지를 가르쳐줄 때가 됐다고 생각해 이곳을 찾았다. 이제 9·11은 역사라고 생각한다.”

 북버지니아에 산다는 주부 바버라 코맥의 말이다. 자신의 생일이 2001년 9월 11일이라고 밝힌 지아나(10)는 “9·11에 대해 이렇게 많은 정보를 접한 건 처음”이라며 “믿기 어려운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9·11이 발생한 지 10년이 흘렀다. 당시 갓난아기였거나, 그 뒤 태어난 아이들이 느끼는 9·11이 어른 세대와 같을 수는 없다. 10년이 흐른 지금 미국에서 그 간격을 줄이려는 노력들이 본격화하고 있다. 21세기 비극 중 하나인 9·11을 미국 현대 역사로 교육하기 위한 작업들이다.


 스미스소니언 협회는 지난달 3일과 4일 뉴욕·펜타곤·펜실베이니아의 9·11 기념사업재단과 합동으로 ‘9·11, 현대 역사로 가르치기’란 제목의 콘퍼런스를 열었다. 교육부가 지원하고 미국사 박물관·국립 9·11 기념사업재단·펜타곤 기념관 등이 주최했다. 역사학자·교육 전문가들이 참석한 이 콘퍼런스에선 유치원생~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재’ 만들기가 9·11이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논의됐다. 미국사 박물관의 제임스 가드너 선임학자는 콘퍼런스에서 “9·11의 발생과 그 후 미국 사회의 변화를 살펴보면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논란의 소지를 없애려면 사실(facts) 위주의 기술(記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 주 정부 차원의 공교육화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뉴욕시 교육 당국은 지난달 9·11을 유치원생과 초·중·고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9·11기념사업재단과 함께 마련했다. 데니스 월코트(Dennis Walcott) 교육감은 9월 1일 지역 내 선생님들에게 e-메일을 보내 “9·11 전후에 태어나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교사와 학부모들은 9·11의 교훈과 의미에 대해 가르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저지 주는 지난 7월 테러리즘과 9·11 이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미국의 안전과 시민권과 같은 주제를 다루는 커리큘럼을 공개했다.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고교 사회과목 전문가인 쿠르트 워터스는 “테러리즘을 가르치려면 9·11에서 시작해야 한다 ”고 밝혔다. 9·11 기념사업재단 교육담당자인 클리퍼드 채닌은 “좋든 싫든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이었던 9·11은 지금의 세계를 알고, 미래의 세계를 알기 위해 배우고 이해해야 하는 필수 사건”이라고 말했다.

 텍사스주립대 중동센터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로즈는 청소년들을 상대로 9·11을 가르쳐야 할 필요성에 대해 “아이들은 더 이상 교실에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들어오지 않는다. 집에서 교회에서,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며 “그런 만큼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교육부 인턴으로 활동 중인 샘 바넷(노스웨스턴대 언론학과 4학년)은 “우리는 지금껏 동영상들을 통해 감성적으로 9·11을 기념하는 법을 배우는 데만 익숙했다”며 “이제는 학교 교실에서 9·11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승희·김정욱 특파원

◆9·11 테러=국제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추종자들이 2001년 9월 11일 4대의 여객기를 납치해 동시 다발적으로 벌인 자살 테러 사건. 이날 오전 110층짜리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워싱턴DC의 국방부 건물이 공격을 받아 3000여 명의 희생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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