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의 절규 … “팔면 팔수록 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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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 전자업체의 주력 제품인 LCD(액정화면) 패널 가격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가 보름 단위로 가격을 산정할 때마다 역대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이달 5일 기준으로 조사된 LCD 가격은 그간 내리막길을 걸어온 TV용 제품뿐만 아니라 그나마 가격을 유지해 온 PC 모니터용, 노트북용, 휴대전화용 LCD도 가격이 흔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풀HD(고화질) TV용 40~42인치 LCD 가격은 215달러로 조사됐다. 보름 전인 8월 말 조사 때보다 4달러(2%) 떨어졌다. 이 제품이 나온 이래 가장 낮은 가격이다. 지난해 1월 340달러였던 LCD 가격은 지난해 8월 295달러로 내려 앉으면서 300달러 선이 깨졌다. 지난달 219달러에 이어 이달 초 215달러로 가격이 내려가면서 이제는 200달러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가격은 37% 떨어진 것이다.


 40~42인치 LED(발광다이오드) TV용 패널은 5일 287달러. 역시 역대 최저치다. 8월 294달러로 300달러 선이 깨진 데 이은 하락세다. 지난해 1월 500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무려 43% 하락했다. 1년8개월 만에 반 토막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그나마 하락폭이 크지 않았던 PC 모니터용 LCD도 20인치 크키가 지난달 64달러에서 이달 초 62달러로 소폭(3%) 내렸다. 노트북용 LCD는 최고 5% 떨어졌다. 휴대전화용 2인치 제품은 5월 5.05달러에서 6월 5달러, 이달 초 4.97달러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LCD 전 품목에 걸쳐 가격 하락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요즘 LCD 패널은 원가 이하로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인 구조다. 세계적인 LCD 가격 하락세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는 곳은 삼성·LG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다. 선두 업체들이기 때문이다. 대형 LCD 패널 시장에서 지난달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점유율 세계 1위(27.6%)이며 LG디스플레이는 2위(26.4%)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탓에 삼성전자 LCD 사업부문은 올 1분기 2300억원, 2분기 2100억원의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2390억원, 2분기 48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가격 하락의 주 요인은 LCD 패널의 최대 수요처인 TV의 판매 부진이다. 전체 LCD 제품의 30%가 TV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와 서유럽 시장에서의 TV 판매 부진과 공급 과잉 현상이 겹쳤다”고 진단했다. LCD TV 시장은 지난해까지는 연간 30% 안팎으로 성장했다. 2009년 1억4540만 대 팔린 LCD TV는 지난해 1억9115만 대 팔려 판매량이 31% 늘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10% 성장하는 데 그쳤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암담하다. LCD TV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서치는 LCD TV 수요가 내년부터 2015년까지 해마다 1000만~2000만 대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연간 성장률이 3~7%에 불과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디스플레이서치는 “TV 제조업체에서 재고 관리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 연말 성수기가 다가와도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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