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 허덕인다는 北, 고기 많이 먹나? 대장암 발병 '미스터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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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중앙포토]

식량난에 허덕인다는 북한에 최근 대장암 환자가 늘고 있다. 대장암은 고기류를 자주 먹는 서구화된 식습관이 발병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고기와 쌀밥을 구경도 못한다는 북한 주민들이 어째서 대장암에 걸리는 경우가 늘어나는 걸까.

최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T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니콜라스 가우딘 선임 공보관은 "북한 주민의 대장암 발병률이 낮지 않다"고 전했다.

2008년을 기준으로 유방암을 제외하고 북한 남성과 여성을 합쳐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암은 폐암이며 대장암이 두 번째로 많다. 남성은 10만 명당 15명, 여성은 16명으로, 발병률이 한국 남성과 여성(25.6)보다는 적지만 대장암에 의한 사망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대장암에 의한 북한 남성의 사망률은 10만 명당 약 10명(9.6)으로, 한국 남성의 14명(13.9)보다 적지만 북한 여성의 사망률은 약 9명(8.8)으로 한국(7.4)이나 미국(7.7)보다 오히려 높았다.

13억 명의 인구가 있는 중국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북한보다 불과 1명 더 많고(16.3), 사망률은 8명으로 오히려 북한보다 낮다. 이쯤 되면 북한의 대장암 발병율 증가는 미스터리다. 원인은 영양과 주거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 한의사 출신인 강유씨는 "북한의 대장암은 일단 거친 음식을 많이 먹고, 음주와 관계가 있다"며 "주거환경이 습하거나 냉하고 열악하고 위생환경도 나쁘다"고 전했다. 또 일반인은 검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도 원인이다. 대장암은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지만 검진을 제때 받지 못해 발병율이 늘어나는 것이다.

국제암연구소는 2030년 북한에서 발병하는 대장암은 지금보다 1.5배 정도 늘어날 것이며 사망률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북한에 폐암이 많은 이유는 영양의 불균형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양공급이 되지 않아 면역력이 약해져 결핵이 발병하면 폐암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군 복무하는 20대 청년들도 영양실조와 나쁜 주거환경 때문에 폐결핵에 걸린 이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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