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곽노현 앞뒤 안 맞는 말 … 오히려 수사에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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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단일화 뒷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이르면 이번 주말 곽 교육감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특히 곽 교육감이 1일 교육청 월례조회를 통해 ‘사퇴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그 배경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있다. 곽 교육감 측이 검찰 조사와 재판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일 서울 신문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직원 월례조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에 서 있다. 교육청 조신 공보관(오른쪽 흰머리)이 곽 교육감의 인사말 시작 전 기자들에게 회의장 밖으로 나가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곽 교육감은 이날 사퇴 불가 방침을 밝혔다. [뉴시스]

 검찰은 우선 후보 단일화 및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 대한 2억원 전달 과정에 관한 곽 교육감 측 설명이 달라지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곽 교육감은 지난달 26일 측근을 통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박 교수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같은 달 28일엔 “대가 없이 선의로 2억원을 줬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1일 곽 교육감 측 선거대책본부가 설명한 단일화 과정은 또 다르다. 동서지간인 곽노현 캠프 측 회계책임자 이모씨와 박명기 캠프 측 선거대책본부장 양모씨가 지난해 5월 18일 술자리를 갖고 사적인 대화를 나눈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곽 교육감은 두 사람의 술자리 사실조차 몰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는 곽 교육감 측이 수사 및 재판 전략을 ‘선의’에서 ‘몰랐다’로 수정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곽 교육감은 실무진에서 오간 논의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강조함으로써 무죄 판결을 겨냥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변호사는 “대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 버티면서 교육감직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곽 교육감 사법처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관계자는 “사실이 대부분 규명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사퇴를 거부하면서 말만 바꾸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며 “수사 대상자가 외부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오히려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경선 방송통신대 교수와 박 교수의 친척 등 복잡한 단계를 거쳐 현금을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대가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현행 공직선거법 265조는 선거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 등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이나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경우 후보자의 당선도 무효화하도록 하고 있다. 후보자 매수 혐의도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다. 회계책임자인 이씨가 처벌받으면 곽 교육감의 직위 역시 박탈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곽 교육감의 부인, 처형과 함께 전 비서실장이었던 김모 교수도 소환 조사했다. 1일에는 곽 교육감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단일화 협상 과정에 참여한 서울대 최모 교수와 양측의 단일화를 중재한 이모 목사가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또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공상훈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이진한 공안1부장을 검찰 인사이동일인 5일 이후에도 수사에 계속 참여하도록 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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