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김병현, 애리조나 토네이도로 美 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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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직구는 치기가 아주 까다롭지만 슬라이더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흔히들 마구는 없다고 한다. 샌디 쿠팩스나 놀런 라이언의 강속구도 결국은 홈런을 맞았고 필 니크로의 너클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애리조나 다이아몬백스의 경기를 전담 중계하는 톰 브렌너맨은 1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거의 칠 수 없는 공(Almost Unhitable)’이란 극찬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태극잠수함’ 김병현의 슬라이더를 두고 한 말이었다.

아직은 솜털이 보송보송한 21세의 어린 나이에 5피트 11인치, 176파운드의 가냘픈 체격. 그럼에도 육중한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그의 투구에 맥못추고 나가 떨어진다.

‘거의 치기가 불가능하다’는 그의 슬라이더에는 이미 ‘닌텐도슬라이더’,‘프리스비슬라이더’,‘방울뱀’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또 구사하는 커브만도 3종류. 일반적인 커브에 휘어 나가는 커브도 부족해 ‘떠오르는 커브’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공을 놓는 순간 어느 손가락에 힘을 주느냐에 따라 구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특히 떠오르는 커브는 메이저리그에서 조차 생소한 구질. 그러나 그 구질은 이미 광주일고 재학시절부터 구사했다.

거기에 올해는 지난해까지 던지지 않던 싱커에 체인지업까지 장착했다.

빠른 공 스피드는 꾸준히 90마일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야구선수로 왜소하기만한 김이 그처럼 위력적인 투구를 할 수 있는데는 강한 어깨도 큰몫을 하지만 야구공을 마치 정구공처럼 주무를 수 있는 엄청난 악력에 있다고 한다.

20일 현재 올해 4경기 등판에 1세이브. 7이닝동안 탈삼진이 9개고 안타는 3개밖에 맞지 않았다. 실점은 아예 없어 방어율도 0점.

박찬호가 ‘코리안 선풍’이었다면 김병현은 아예 ‘애리조나 토네이도’로 이미 메이저리그 강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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