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홈런왕 이승엽 2루타왕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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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 이승엽(삼성)이 올 시즌 2루타왕으로 변신했다.

지난해 시원한 홈런포로 관중을 몰고 다녔던 이승엽은 올들어 유난히 2루타가 부쩍 많아졌다.

20일까지 이승엽은 12경기에서 무려 9개의 2루타를 쳐내 경기당 0.75개꼴로 2루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19개의 안타 가운데 홈런 4개를 빼면 절반 이상이 2루타인 셈이다.

발이 느리기로 소문난 이승엽의 2루타는 대부분 담장을 맞히거나 좌중간, 우중간을 가르는 대형 타구. 이승엽은 데뷔 첫해인 95년 29개의 2루타를 쳐낸 이후 4년간 해마다 30개 이상의 2루타를 기록, 2루타 제조에도 일가견이 있지만 올해 추세는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이병규(LG)가 세운 시즌 최다 2루타기록(43개)을 넘어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이승엽의 2루타는 팀 득점과 곧바로 연결되는 '영양가' 만점이라는 것이 또 다른 특징.

19일 SK와의 경기에서도 만루 찬스에 타석이 돌아오자 담장을 직접 맞히는 2루타로 2타점을 올렸다. 18일에는 2개의 안타가 모두 2루타였으며 첫번째 2루타는 선취점을 올린 타점이었고 두번째 2루타는 추가 득점을 이끌어냈다.

이승엽의 2루타는 뒷 타선에 포진한 프랑코, 스미스, 김한수, 신동주 등에게 타점을 올릴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그러나 이승엽의 2루타왕 등극과 신기록 달성에 걸림돌은 홈런이라는 분석이다.

이승엽이 쳐내는 2루타 가운데 상당수는 조금만 더 날면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타구.

이승엽 자신도 "몸이 아직 덜 풀려 스윙이 늦다"면서 "5월초쯤이면 홈런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홈런이 많아지는만큼 2루타는 줄어들 수 밖에 없어 이승엽의 2루타 부문 기록 달성은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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