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내비 해외 본사 장착 … 수입차 ‘길 눈’ 밝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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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독일 본사에서 개발한 한글 내비게이션을 현지에서 장착해 가져온다.

내비게이션이 없었을 땐 어떻게 운전을 했을까. 이젠 아는 길도 내비게이션에 묻는 시대다.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동시에 내비게이션의 지능도 높아졌다. 신차를 구입할 때부터 내비게이션을 선택하고 내비게이션이 기본 장착되는 차도 있다. 최근에는 수입 자동차 회사도 똑똑한 내비게이션 만들기에 한창이다. 해외 본사까지 발 벗고 나서 한글 내비게이션을 만들어 붙이고 있다.

 BMW는 일찍부터 독일 본사에서 만든 한글 내비게이션을 장착해왔다. 모든 BMW는 원칙적으로 본사 조립라인에서 완벽하게 만들어져 수출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품질이 보장되고 화면 속에서도 BMW의 아이덴티티를 녹여낼 수 있으며 다른 장치들과 연동할 수 있다. 앞 유리창에 속도계와 몇몇 정보가 투영되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도 내비게이션 정보가 나온다.

 한편 BMW는 터치식 내비게이션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모든 기능을 변속기 옆에 있는 ‘i 드라이브’를 돌리고 밀고 눌러서 조작한다. 그것도 차가 움직일 때는 조작하지 못하는 게 많다. 조작 편의성보다 달리는 즐거움과 안전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출시된 아우디 A7에는 든든한 한글 내비게이션이 달려 있다. 상세한 길 찾기는 물론 과속 방지 구간도 알려준다. 심지어 정체구간을 색깔로 알려주는 TPEG 기능까지 달려 있다. 게다가 한글 필기체를 인식하는 터치식 패드까지 연동했다. 변속기 옆에 있는 메모판에 한글로 목적지를 적으면 그대로 인식해 길을 찾아 준다. 웬만한 국산 제품보다 뛰어난 이 내비게이션은 독일에서 만들었다. 한국에서 보낸 지도 데이터를 기본으로 독일 본사에서 완성한 제품이다.

 최근 출시한 폴크스바겐 투아렉에도 친절한 한글 내비게이션이 달려 있다. 폴크스바겐 조립라인에서 장착되는 것이지만 어느 국산 제품 못지않게 한국적이다. 특히 계기반 중앙에도 길의 방향과 거리 등이 표시돼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내비게이션 화면에는 차의 세팅·현재 상태·정비 관련 정보까지 함께 담겨 있다.

 수입 자동차의 한글 내비게이션은 대략 네 종류로 분류된다.

 첫째는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것이다. BMW와 아우디처럼 본사에서 만들어 본사에서 장착돼 수입되는 경우다. 다른 부품들과 잘 어울려 연동하고 품질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업그레이드다. 지도가 담긴 DVD를 구입하거나 정비센터를 통해 업그레이드해야한다. 그런데 대부분 유료다. 불편해 하는 고객들이 꽤 있지만 해외 본사에서는 한국의 내비게이션 문화를 놀라운 눈으로 관찰하고 있다. 바뀐 길과 과속카메라 정보까지 실시간 업데이트하며 그것을 무료로 나눠주는 게 가능하냐는 반응이다. 내비게이션 회사가 광고를 유치하는 것도 그들의 눈에는 생소할 뿐이다.

 둘째는 한국에 와서 내비게이션 정보 장치만 추가하는 경우다. 화면과 버튼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건 모두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내부에 한국산 내비게이션 회로가 추가되는 식이다. 화면을 통해 오디오나 DVD를 비롯한 차량 세팅 등을 모두 할 수 있다. 동시에 한국만의 빠르고 섬세한 내비게이션까지 즐길 수 있다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경우 터치식 내비게이션을 원하는 한국 고객들을 위해 일부러 이 방식을 쓴다. 벤츠 본사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터치 내비게이션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는 오디오 장치가 아예 없는 차를 들여와 한국에서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오디오 일체를 붙이는 경우다. 폴크스바겐 골프·파사트, 닛산 큐브, 혼다 시빅처럼 실용적인 차들이 이 방식을 쓴다.

 마지막 넷째는 내비게이션을 아예 달지 않는 경우다. 기본 옵션에 충실한 실속 모델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다만 미니는 현재 본사 정책으로 인해 내비게이션을 달지 않고 있다. 조만간 본사에서 만든 한글 내비게이션이 들어갈 예정이다.

장진택 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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