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레스, 9번째 허들서 반칙 … 류샹 ‘금’ 도둑맞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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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레스(왼쪽)가 110m 허들 경기에서 결승점을 통과한 후 류샹에게 다가가 포옹하고 있다. 그러나 류샹은 로블레스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아랫입술을 깨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남자 100m에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의 부정 출발로 큰 충격에 빠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남자 110m 허들에서도 실격으로 얼룩졌다. 남자 110m 허들은 역대 최고 기록 1~3위에 랭크된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 류샹(劉翔·유상·중국·28), 데이비드 올리버(29·미국) 세 선수가 참가, 최고의 격전장으로 꼽혔다. 세계기록 보유자인 로블레스는 29일 열린 남자 110m 허들 결승에서 초반 스타트가 좋았다. 7번째 허들까지 1위로 넘었다. 그러나 류샹은 맹렬한 기세로 그를 추격했다. 8번째 허들을 넘자 류샹은 로블레스를 추월했다. 이 기세라면 류샹의 우승이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9번째 허들을 넘을 때 로블레스가 오른손으로 류샹의 왼손목을 잡았다. 류샹은 중심을 잃었다. 10번째 허들에서도 다시 둘은 부딪혔다. 류샹은 허들에 걸렸고 다시 멈칫거렸다. 평소 마지막 허들을 넘고 나서 일곱 걸음에 결승선을 통과하던 류샹은 한 걸음이 더 필요했다. 반면 로블레스는 깔끔하게 10번째 허들을 넘고 평소처럼 7걸음에 막판 스퍼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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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블레스는 13초14로 가장 먼저 골인했다. 그러나 마음껏 기뻐하지 못했다. 신체 접촉으로 스피드가 준 류샹은 13초27로 세 번째로 들어왔다. 류샹은 “로블레스가 9번째 허들을 넘을 때 내 팔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중국 선수단에서는 로블레스가 반칙을 했다며 제소했고, 비디오 판독 결과 류샹의 주장이 인정됐다. 로블레스는 실격됐다. 쿠바 측은 이에 대해 다시 제소했으나 기각됐다. 결국 두 번째로 골인한 제이슨 리처드슨(25·미국·13초16)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류샹은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올리버는 13초44로 4위에 그쳤다. 경기장을 찾은 2000여 명에 이르는 중국 관광객과 유학생들은 “금메달을 도둑맞았다”며 강한 아쉬움을 표했다.

대구=한용섭 기자

◆로블레스 실격 원인(육상 규정 제163조 2항)=트랙 경기 또는 경보 경기 선수가 다른 선수의 진로를 방해하기 위해 밀거나 방해할 경우 그 종목에서 실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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