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변한 야 3당 … “표적수사” 이틀 만에 “물러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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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로 향하는 박명기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왼쪽)가 29일 밤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박 교수는 진보진영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 대가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태성 기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후보매수 의혹이 불거진 27일. 민주당은 이규의 수석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좌절시킨 곽 교육감에 대한 검찰의 보복·표적수사이자 명백한 정치적 의도가 담긴 여권의 국면전환용 기획성 수사”라며 검찰을 맹비난했다.

 민노당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우위영 대변인은 28일 곽 교육감이 기자회견에서 경쟁자였던 박명기 교수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는데도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를 지켜본 후 기다렸다는 듯 이를 공개한 것은 시기를 미리 짜 맞춘 것으로 정치 검찰의 작품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곽 교육감에 대해선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만 했다.

 그랬던 야당이 29일 일제히 곽 교육감을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단히 충격적이며 한마디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곽 교육감은 국민이 이런 상황을 납득할 수 있을지 깊이 있고 심각하게 성찰하고 책임 있게 처신해 달라. 오늘은 이 한마디만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곽 교육감에 대한 공개적인 퇴진압박이었다.

 당 지도부도 “곽 교육감이 선을 넘은 것 같다. 책임을 지는 게 옳다”(정세균 최고위원), “공인으로서 합당한 처신이 있어야 할 것”(박주선 최고위원)이라고 가세했다.

 곽 교육감에 대한 ‘방패’를 일제히 거둬들이고, 일종의 ‘꼬리 자르기’에 나선 셈이다. 민노당도 29일에는 “곽 교육감은 모든 진실을 밝히고, 대가성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 책임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우위영 대변인)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진보신당도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박은지 부대변인)고 논평했다.

 이에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지난해 교육감 선거 당시 곽 교육감을 지원하고, 며칠 전까지만 해도 표적수사 하지 말라고 비호했던 세력이 대체 누군데 이제 와서 낯을 바꾸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은 곽 교육감을 겨냥해 이틀째 퇴진공세를 펼쳤다.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교육수장으로서 부패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곽 교육감은 즉시 사퇴해야 한다”며 “더 이상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서울시 교육관계자나 학부형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후보 사퇴에 대한 대가를 ‘선의(善意)’에 입각한 돈이라고 하는 곽 교육감을 보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이중잣대의 구차한 변명으로 법의 잣대를 농락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6·2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이후 위력을 떨쳐온 야권의 ‘후보 단일화’ 작업에 대해서도 화살을 날렸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선거에서 매표(賣票)행위 못지않게 더 심각한 것이 선거 구도를 근본적으로 왜곡시키는, 후보자를 부정한 방법으로 제거하는 단일화”라며 “정당정치의 기본을 흔드는 야권 후보 단일화는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일화 과정에서 검은 뒷거래가 있는 건 아닌지 엄히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글=박신홍·정효식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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