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락산업 정보를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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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市 첼시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스타렛-리하이 빌딩은 초고층 빌딩을 옆으로 뉘어 놓은 듯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체육관처럼 널따란 공간에 임대료도 저렴해 마사 스튜어트 웹 사업부 등 뉴욕 인터넷 신생업체들의 입주 희망 1순위로 떠올랐다. 그런 곳이라면 커트 앤더슨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 리 없다.

손꼽히는 뉴욕의 마당발 앤더슨은 미국의 시대적 흐름을 민감하게 추적해 왔다. 그의 유머 월간지 스파이는 1980년대 말 유명 스타들을 풍자했다. 90년대 그가 이끌었던 뉴욕 매거진은 여피의 방종을 파헤쳤다. 그리고 지난해 그는 소설 ‘세기의 전환점’에서 정보 제일주의 풍조를 묘사했다.

이제 앤더슨은 미국의 주요 수출품인 미디어와 연예 사업의 내부정보를 향한 무한한 수요를 겨냥해 인터넷 사업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오는 5월 앤더슨의 웹기업 파워풀 미디어는 인사이드.컴(inside.com)을 출범할 예정이다. 한동안 화제가 됐던 토크誌 이후 저널리즘 벤처로서는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손쉽게 끌어모은 2천5백만 달러의 자금과 배너티 페어誌·롤링 스톤誌·월스트리트 저널紙로부터 영입한 인재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취재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결합, 출판·음악·영화·방송·미디어 업계에 몸담고 있는 경영자라면 누구나 이 사이트를 열어보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도록 한다는 게 목표다.

성공하려면 앤더슨이 극복해야 할 인터넷의 철칙이 있다. 인터넷에서는 유료 콘텐츠가 인기가 없다. 앤더슨은 스핀誌 편집인 출신으로 하버드大 동창이자 공동 창업자인 마이클 허숀과 함께 무료·유료 소재를 혼합한 사업 모델을 고안했지만 아직 어디서도 그런 모델로 수익을 올렸다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경쟁자도 있다. 버라이어티誌 편집인 피터 바트는 “손님은 반갑지만 이곳의 터줏대감은 우리”라고 강조했다.

물론 최대의 변수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인사이드.컴의 웹사이트다. 뉴스위크가 잠깐 들여다보니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초기 화면은 뉴스속보 섹션과 해설 섹션으로 나뉜다. 이 사이트의 백미는 유료 가입자용 콘텐츠다. 인사이드.컴은 영화 흥행 조사업체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스 등의 외부 업체들과도 50건의 계약을 추진중이다.

그밖에도 계약 초기단계부터 출간일까지 출판계의 모든 원고를 추적하는 ‘북 트래커’, 방송중인 모든 프로그램의 광고 요율을 수록한 TV 방송 데이터베이스 등이 있다. 게다가 한 달 이용료가 19.95달러로 버라이어티와 비슷하다. 랜덤 하우스의 편집자 조너선 카프는 “현재 이만한 게 없다”며 극찬했다.

그러나 인사이드.컴이 생존에 충분할 만큼 유료 가입자를 유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피터 커뮤니케이션스의 미디어 분석가 패트릭 킨은 “이용료와 광고비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살아남으려면 수년 내에 1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파워풀 미디어의 최고경영자 디나 브라운은 추산했다.

좋은 예가 더스트리트.컴(TheStreet.com)이다. 지난해 5월의 화려하고 거창한 신규주식 공모 이후 더스트리트.컴은 회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브라운은 더스트리트.컴이 너무 일찍 주식을 공개했으며 인사이드.컴은 그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이트의 후원자들은 앤더슨과 허숀이 재미난 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더스트리트.컴의 공동설립자 제임스 크레이머는 “두 사람이 볼링 잡지를 만든다고 해도 돈을 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처럼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는 한 그들을 다른 웹 신생업체들과 동격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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