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못할 단맛, 먹어도 적게 흡수하는 방법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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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 투정을 하거나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도 단맛을 싫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매운맛·쓴맛·짠맛은 혀에 쾌감을 주지만 어느 정도 선을 넘으면 자극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단맛은 다르다. 진한 농도에도 쾌감을 준다.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신정규 교수는 “인간의 단맛에 대한 기호도는 생존과 관련 있다. 단맛은 먹을 수 있는 음식이냐 아니냐를 가리는 신호로 작용했다. 단맛에 대한 선호는 본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웰빙이 새로운 삶의 트렌드로 떠오르며 단맛을 건강하게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듯 설탕도 진화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디자인된 설탕의 면모를 알아본다.

아스파탐·수크랄로스, 칼로리 낮추는 효과

아이스크림 컵 하나에는 20~22개, 쿠키 하나에는 4~5개, 초콜릿바 하나에는 7~8개의 각설탕이 들어있다. 단팥빵 하나를 먹으면 설탕 한 주먹을 먹는 셈이 된다.

하지만 설탕 대체 감미료를 사용하면 이보다 적은 양의 설탕을 사용하고도 똑 같은 단맛을 즐길 수 있다.

아스파탐과 수크랄로스가 대표적이다. 아스파탐은 기존 감미료의 200배, 수크랄로스는 600배의 단 맛을 낸다. 신정규 교수는 “극미량만 넣어도 원하는 단맛을 낸다. 결과적으로 칼로리 섭취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과자와 음료·빙과류·술과 의약품 등에 사용된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신 교수는 “설탕을 넣어 조리한 식품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촉촉하게 느껴지는 감칠맛, 즉 ‘바디감’이 없다”고 말했다. 또 열에 약한 단점이 있어 청량음료 등에 넣어 쓰기 적합하다. 조리용으로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충치 예방, 장내 유익균 늘리는 설탕도 나와

건강에 도움되는 설탕도 개발됐다. 칼로리는 비슷하지만 충치를 막거나 장내 유익균을 늘려주는 등 기능성 역할을 한다.

자일리톨이 대표적이다. 자작나무와 떡갈나무 등에서 추출한 당(糖)이다. 대표적인 충치 유발균인 뮤탄스균의 성장을 억제하고 치아표면의 세균막인 프라그의 형성을 감소시킨다. 프라그 내 산 생성도 감소시켜 충치 예방 효과가 있다. 껌·캔디 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프락토올리고당은 원당(정제하지 않은 설탕)을 효소로 분해시켜 제조한 당이다. 장내 세균 중 유익균인 비피더스균만 선택적으로 증식시킨다. 장 건강에 좋은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질감도 설탕과 유사해 요리에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윤기가 필요한 볶음·조림·샐러드 드레싱류에 어울린다.

포도당을 환원시켜 만드는 솔비톨 역시 기능성 당이다. 충치를 덜 생기게 하는 특성이 있다. 상쾌한 청량감을 가져 캔디류나 음료에 많이 쓰인다.

자일로스, 설탕흡수율 상당부분 줄여

최근에는 설탕의 흡수를 줄이는 웰빙 설탕도 개발됐다. CJ제일제당의 ‘자일로스 설탕’이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 김영재 연구원은 “수크랄로스는 칼로리는 낮아도 ‘바디감(묵직한 감촉)’이 없어 요리 시 활용이 어려웠다. 그러던 중 생각해 낸 게 흡수율을 낮추는 설탕이었다”고 말했다. 흡수율을 낮추는 물질로 선택된 것이 ‘자일로스’라는 성분이다. 설탕이 몸 안에 들어왔을 때 흡수제 역할을 하는 ‘수크라아제’라는 효소의 활동을 방해해 설탕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상당 부분 줄인다.

이 자일로스와 설탕을 1:10의 황금비율로 혼합해 만들어낸 것이 ‘자일로스 설탕’이다. 같은 설탕을 써서 요리해도 몸 안 흡수가 훨씬 줄어든다. 단맛이나 바디감은 거의 유사하다.

김영빈 건강요리연구가는 “10여 년 전부터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자일로스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 자일로스 설탕은 보다 건강하게 단맛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설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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