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증시, 미 증시 여파로 개장 직후 7.9% 하락

중앙일보

입력

17일 세계 증시가 뉴욕 증시 폭락의 여파로 일제히 큰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홍콩 주식시장도 개장 4분만에 항성 지수가 1,275.65포인트(7.9%) 하락하는 '블랙 먼데이' 상황을 연출했다.

이날 투자가들은 전문가들의 '투매 자제' 권고에도 불구, 개장과 동시에 일제히 매도 주문에 나서는 바람에 항성 지수가 개장 2분 후 심리적 저지선인 15,000포인트가 무너졌으며 4분 후에는 14,867.11 포인트까지 주저앉았다.

4월물 항성 지수는 오전 10시 52분 현재 1,200 포인트 하락한 14,900을 기록했다.

최대 타격 종목은 허치슨 왐포아를 비롯한 텔레콤과 미디어, 뉴스 관련주들이었으며 허치슨은 한 때 8.98%까지 폭락했다.

코어 퍼시픽 야마이치 연구소의 알렉스 탕 연구주임은 개장 직후 대폭락세와 관련, "투자자들이 뉴욕, 도쿄 등 주요 시장에 이은 동반 하락 가능성을 우려해 경계매물을 내놓은 때문"으로 풀이했다.

탕 주임은 지난 달 8일 항성지수가 17,951.43포인트를 기록한 후 한 달여 동안 팔자 주문이 강세였음에도 불구, "아직 투매 시기는 아니다"고 낙관해 폭락 사태가 진정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셀레스티얼 아시아 증권사의 윌리엄 리 연구주임은 "시장이 아직 상당히 취약하며 추가 하락 여부가 오늘 밤 나머지 세계 증시들의 상황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1-2주간 기술과 텔레콤 종목들이 주도하는 조정국면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오전 외환시장에서의 홍콩달러 환율은 미 달러당 7.7881로 여전히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환율이 금융관리국(중앙은행격)의 기준환율(컨버터빌리티 레이트)인 7.7883을 밑도는 7.7881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지적, "증시가 오전에 8% 가까이 떨어졌지만 증시 폭락이 외환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외환시장이 현재 증시 상황을 주의 깊게 관망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홍콩=연합뉴스) 홍덕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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