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파티 끝났나"…'신경제' 전환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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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이 이끄는 미국의 '뉴 이코노미(신경제)' 가 중대 기로에 섰다.

지난주 말 뉴욕 증시의 대폭락으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은 가운데 이번주 초 미 증시, 특히 나스닥시장이 회복하지 못할 경우 1990년 10월부터 9년6개월 동안 초장기 호황을 이끌어온 미국의 신경제 체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하고 있다.

월가(街) 일각에서는 월요일(17일) 미국 증시에 앞서 개장할 아시아 및 유럽 증시에서 주가가 대폭락해 자칫 '제2의 블랙 먼데이' 로 비화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이미 '런던발 블랙 먼데이' 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사를 실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16일 "이번주 초 나스닥 시장의 움직임은 최근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첨단기술주들의 상승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자각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뉴 이코노미 자체를 의심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 이라고 분석했다.

로런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은 여전히 강력하며, 미 경제는 앞으로도 성장을 계속해 나갈 것" 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시장 분위기는 대체로 비관적인 편이다.

메릴린치의 인터넷 애널리스트 헨리 브로젯은 "닷컴주로 표현되는 첨단기술주는 앞으로 펀더멘털이 취약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더욱 조정을 받을 것" 이라고 말하고 "87년 10월의 '블랙 먼데이' 가 17일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일부 헤지펀드들은 "이제 나스닥의 파티는 끝났다" 며 "본격적인 폭락장세는 이제부터" 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으며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의 주가 하락은 지나치게 고평가된 첨단기술주의 옥석 가리기를 유도할 것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현상" 이라고 밝히고 "그러나 건전한 조정 차원을 넘어 공황적인 투매 사태로 이어진다면 큰 일" 이라고 말했다.

미 투자자 SG코웬의 최고경영자인 킴 페너브레스크는 "주가의 폭락으로 투자자들이 첨단기술주를 외면하고, 일반인들에게도 '빈(貧)의 효과' 를 불러일으켜 전반적으로 소비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된다면 미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이 우려된다" 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세계 유수 언론들은 16일 "미 경제의 대세가 뉴 이코노미임에는 틀림없다 하더라도 주가 폭락이 계속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며 "경제는 사람들이 믿는 방향대로 향한다는 격언은 뉴 이코노미에 더욱 해당하는 말" 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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