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일석이조의 호착-15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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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결승 3국>
○·허영호 8단 ●·구리 9단

제14보(154~163)=154 잇고 155 포위했다. 허영호 8단이 그 포위망의 한 끝을 156으로 찢었다. 기록자의 마지막 초읽기가 파멸을 부르는 주술처럼 대국장을 흔든다. 157이 떨어진다. 구리 9단이 일석이조의 좋은 수를 두었다고 한다. 구리란 사람은 이런 전투에선 눈이 비상하게 밝다.

 157은 수상전의 급소다. 가령 백이 ‘참고도1’처럼 수를 걸어올 때 4로 조여갈 수 있다. 패는 패지만 늘어진 패라서 백이 감당할 수 없다. 허영호 8단은 158의 맥점을 들고 나온다. 159엔 160의 절단. 벼랑 끝에 몰린 백이기에 수법이 더욱 치명적이다. 흑도 ‘참고도2’처럼 따내는 것은 안 된다. 백2 몰고(흑3 이음) 4로 기어 나오면 천지대패를 피할 수 없다. 백은 이 패를 이기면 우하 쪽에서도 수를 낼 수 있다. 판이 상전벽해가 되고 승부는 운이 된다. 구리 9단은 침착하게 161로 밀어 석 점을 헌납한다. 죽은 백이 흑을 잡고 생환하고 있다. 상변 대마가 죽는다면 이런 소득이야 이삭에 불과하지만 중앙 흑도 아슬아슬하니까 일단 162를 따내고 본다.

 그러나 163이 선수가 되고 있다는 것이 백의 불행이다. 앞서 157을 두고 일석이조의 수라 한 것은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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