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전후 스트레스 줄이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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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요?”

김성자(37·인천시 부평구)씨는 며칠 전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의 갑작스러운 넋두리에 깜짝 놀랐다. 방학 동안 아이에게 영어·수학 선행학습을 시키고 논술·한자·피아노·태권도 학원까지 보냈던 게 떠올랐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은 방학이 즐겁지만은 않다. 중학교 선행학습은 기본이고 논술·예체능 등 사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아 학습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차라리 빨리 개학해서 엄마의 잔소리와 학원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마음누리클리닉 정찬호 원장은 “이전에 특목고 입시를 앞둔 중2~3학년이 받던 방학 중 스트레스를 지금은 초등학교 5~6학년이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목중 입시를 준비하는 연령이 낮아지면서 초등학생의 방학도 휴식의 시간이 아닌 전략적인 보충학습 시기가 된 것이다.

개학 분위기도 이전과 사뭇 다르다. 예전에는 학교에 가기 싫어 배앓이나 두통 등 심인성 질병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개학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도 많다. 또래 친구들과 만나 수다도 떨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학생들의 이러한 반응에 교육계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 원묵초 성시온 교사는 “방학 동안 사교육을 지나치게 받은 아이들은 개학 이후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예가 많다”고 말했다. 선행학습을 한 까닭에 수업시간에 흥미를 잃고 엎드려 자거나 정서적인 문제를 보이는 학생이 있다는 것이다. 성 교사는 “방학이 끝나고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성향이 나타나기도 하고, 심한 경우 틱 현상을 보이는 학생이 부쩍 눈에 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개학 이후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 마냥 해방감을 만끽하려던 학생들이 학교 생활의 규율에 부닥쳐 정서 장애를 보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개학 초기에는 자녀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데 힘쓸 것”을 당부했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칭찬하기’다. “그동안 학원 다니느라 힘들었을 텐데 불평 안 하고 잘 해줘서 고맙다”거나 “엄마도 네가 이렇게 잘 해낼 줄 몰랐다”며 치켜세워주라는 것이다. 이런 칭찬은 아이로 하여금 방학 중 공부한 내용을 스트레스가 아닌 자신이 뭔가 해냈다는 뿌듯한 성취감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네 마음껏 놀아보라’는 식의 자유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성 교사는 “학원 수업에 시달려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규율이 엄격한 학교 생활에 곧바로 들어가면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며 “짧게라도 아이가 쉴 수 있도록 하면 개학 후 학교 생활과 학습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고 잘 해보겠다는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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