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전파원으로 `철새' 가능성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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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의 유력한 매개체로 `황사'가 지목된 가운데 충북 충주에서 구제역이 추가 발생함에 따라 방역당국은 새롭게 `철새' 가능성을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철새를 의심하고 있는 것은 우선 경기 파주.화성.용인, 충남 홍성.보령 등 서해안 지역에서 집중 발생하던 구제역 바이러스가 황사 등 바람을 타고 해안에서 80㎞ 가량 떨어진 내륙지방으로 전파되기는 어렵다는데 근거한 것이다.

중국 북부, 러시아 등 구제역 발생 추정국가에서 매년 겨울이면 남하해오는 오리, 기러기 등 철새가 구제역 바이러스를 발이나 깃털 등에 묻혀와 한국, 일본의 축산농가 사료통에 남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철새가 한반도에 안착하는 지역이 주로 경기 북부 지역과 천수만, 금강 등구제역 발생지와 가깝다는 점도 `철새 매개설'의 근거가 되고 있다.

수년전 호주 뉴캐슬에서 발생한 조류독감도 유럽, 러시아, 동아시아 등지를 철따라 이동하는 철새에 의해 발생했던 것으로 호주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구제역 역학조사위원회(위원장 김순재 건국대교수)도 10일 2차 회의에서 국립환경연구원 한진석 대기화학과장으로부터 철새의 이동경로와 최근 1개월 동안의 변화등을 설명받고 철새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러시아나 중국 북부의 철새는 통상 10월께 한반도로 내려와 겨울을 난 다음 이듬해 2∼4월께 북상하는 이동경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3월말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구제역 매개체로 설명하기는 설득력이 다소 약한 편이다.

역학조사위원회는 이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철새 등 야생동물의이동경로를 비롯, 구제역 발생농장 환경, 농장관리, 방문자 인적사항, 지형, 기상등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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