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대책에 강남권은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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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문의 전화 한 통 없습니다. 전세 수요도 큰 기대를 안 하고, 집주인들도 반응이 없습니다. 큰 집이 많은 강남권에서 실효성이 있겠습니까?”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당연하다는 듯 “효과는 없을 것”고 잘라 말했다.

그는 “쉽게 말해 이번 대책은 돈 있는 사람들에게 임대사업하라는 것인데, 전세 수요자들에게 무슨 혜택이 돌아가겠느냐”고 말했다. 전세 수요 입장에서는 그래도 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내놨으니 기대할 게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전통적으로 학구 수요가 많아 늘 전셋값 불안의 진원지로 꼽히는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일대 중개업소들은 “8·18 전·월세 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집주인이나 세입자들이나 별다른 기대나 관심이 없다”며 “정부 대책이 나왔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전했다.

집주인·세입자 모두 “기대 안해”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강남권에는 미분양 물량이 거의 없다. 있어도 중대형이다. 그런데 정부의 생각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많이 주면 이들이 미분양 주택이나 신규 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임대주택 공급량은 늘게 된다는 것이다

임대주택에 오피스텔 등을 포함한 것도 눈에 띈다. 오피스텔이 전세난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적어도 강남권 중개업소들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우선 강남권의 경우 미분양 주택이나 신규 공급 주택이 거의 없다. 강남구 대치동 K공인 관계자는 “전·월세 가격을 잡으려면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서울 도심에서도 특히 강남권은 재건축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한 추가 공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권에는 주택을 공급할 만한 땅이 없다. 실질적으로 재건축 사업을 통해 기존 가구 수를 늘리지 않는 한 공급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늘린다 한들 전·월세 시장에 무슨 영향이 있겠냐는 것이다.

서초구 잠원동 다음공인 관계자는 “강남권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하려면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송파·서초구 일대 재건축 아파트 2만여 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한 2008년의 경우 전셋값이 크게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재건축 시장을 활성화해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최명섭 사장은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되 그 시기는 조절해야 한다”며 “자칫 재건축 사업이 일시에 시작될 경우 오히려 이주수요 증가로 전세난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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