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련 재료와 증시] 정상회담 '약발'보다 시장대세가 주가 좌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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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남북 정상회담 합의 소식에 종합주가지수가 3.91%, 코스닥지수가 8.54%나 폭등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여전히 수급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승세를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이날 주식시장은 개장 초 남북정상회담 발표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등세로 출발했다.

정상회담 이후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현대건설이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건설주(우선주 포함) 대부분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힘입어 오후 한 때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43포인트 이상 오르기도 했지만 ▶기업들이 당장 남북경협의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점▶수급불균형 등 근본적인 여건이 바뀌지 않는 한 상승세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상승폭이 줄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도 남북경협의 직접적인 수혜주는 없지만 지난 주말 나스닥시장의 급등에 영향받아 생명공학주들이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증시전문가들은 "남북경협이 성사되더라도 당장 수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작은 만큼 최근의 어두운 그림자를 완전히 지우기는 어려울 것" 으로 전망했다.

◇ 대북정책 관련, 과거의 증시동향〓남북관계 개선은 대체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반응 정도는 장세에 따라 차이가 났다.

10일 대우증권 분석자료에 따르면 남북경협은 강세장에선 주가 상승을 부추기지만 하락장에서는 일시적인 상승에 그치거나 별 반응이 없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988년 상반기 남북관계 호전에 따라 증시는 건설주를 중심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조정장세로 돌아선 94년에는 북.미 제네바 합의 등 여러건의 호재성 사건에도 불구하고 상승세가 지속되지 못했다.

이날 증권거래소가 90년 이후 12건의 남북 관련 주요 사건이나 발표 전후의 단기 주가 움직임을 비교해본 결과 열번의 호재성 사건이나 발표가 있었던 당일 주가가 오른 것은 네번에 불과했다.

94년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시절 남북정상회담 발표 때는 오히려 주가가 소폭 하락했으며 96년 강릉 앞바다에 잠수정이 침투했을 때는 주가가 올랐다.

◇ 남북경협과 증시 전망〓증시 전문가들은 6월의 남북 정상회담 발표는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일단 심리적인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나아가 남북관계의 호전은 국가위험도의 감소라는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개선의 혜택이 개별 기업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며 남북관계의 특성상 언제 또 후퇴할지 모른다는 위험요소가 있다는 지적을 빼놓지 않았다.

굿모닝증권 기업분석팀의 송태우 선임연구원은 "대북 투자는 여전히 위험성이 남아 있다" 며 "남북경협은 그동안 계속 언급됐던 재료인 만큼 이런 우려를 없앨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가 나와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신성호 투자전략부장은 "장기적으로 증시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는 경제 전반의 여건에 달려 있다" 며 "정부가 대외경협기금.남북경협기금 등을 쏟아붓는다고 하더라도 성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만큼 북한 특수로 우리 경제가 당장 이익을 보기는 어려울 것" 이라고 말했다.

신영투신운용 지영걸 팀장은 "남북경협으로 기업들이 사업 초기에는 이익보다 오히려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 며 "독일 통일 이후 주가가 급락했던 것도 당시 경제상황이 안좋았던 점도 있지만 서독측의 부담 증가가 큰 요인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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