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허가 뇌물 대신 용역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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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건축심의 통과하려면 이걸 보완해야 돼요.”(울산시 건축위원회)

 “보완 방법을 좀 가르쳐 주세요.”(건설업체)

 “무슨 그런 걱정을… 내가 운영하는 회사(혹은 내가 소속된 대학교)에 용역계약을 하면 다 해결되는데….”(건축위원)

 건축심의가 지연되면 막대한 금융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아파트 건설업체를 상대로 일부 울산시 건축위원들이 뇌물을 받은 수법이다. 직접 돈을 받는 대신 용역계약을 체결해 이득을 챙기는 신종 수법이다.

 울산지검 특수부는 18일 이런 수법의 뇌물수수 혐의로 울산시 건축위원 4명을 적발, 2명을 구속하고 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3명은 대학교수, 1명은 시의원 출신이다.

 검찰에 따르면 K교수는 2005년부터 2년여 동안 건축심의대상 건설업체로부터 6회에 걸쳐 색채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1억2040만원을 받았다. 색채 용역은 아파트 외벽의 페인트 색깔을 정하는 데 필요한 연구용역이다. 또 H교수는 건설업체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설계사무소에 설계용역을 맡기도록 하고 2420만원을, 또 다른 K교수는 경관계획용역비로 3000만원을 받았다. 시의원 L씨는 자신이 심의를 맡은 건설업체에 2억2500만원 어치의 미술장식품을 떠안겼다.

 울산지검 서영민 특수부장은 “조사결과 해당 용역은 실제 건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것이었는데도 건설사들이 심의기간 단축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용역계약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공무원 부조리를 차단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들로 건축위원회를 설립했는데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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