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노 등치는 한인 악덕 업주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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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굿스푼선교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재억 목사(맨 오른쪽)와 애난데일 노동자연합 TUAVA의 아놀드 보르하(왼쪽서 두번째)씨 등이 노동 및 임금과 관련된 피해 사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TUAVA에는 한달에 약 40여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된다.


지난 3월 한인 건축업자를 따라 나섰던 일용직 노동자 산체스(가명)씨. 15일 동안 일하고 받기로 한 1340달러를 넉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받지 못했다. 그와 함께 일했던 또 다른 6명의 라티노 노동자들도 같은 상황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일용직 노동자들에겐 피눈물 나는 고통이다.

 산체스씨는 “여기 생활비도 생활이지만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 게 더 문제”라며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일을 하고도 댓가를 받지 못해 더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인 업주를 따라 3일간 이삿짐을 날랐던 로드리게즈(가명)씨 역시 처음에 약속했던 300달러를 받지 못했다. 함께 따라갔던 친구들도 각각 400, 600달러를 받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

 버지니아 애난데일 노동자연합 TUAVA의 아놀드 보르하씨는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신고해오는 피해 사례가 매달 약 40여건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고까지 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분이라 실제로는 이보다 약 4~5배 많은 숫자가 비슷한 피해를 입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주로 건축업이나 요식업계 종사자들이다. 대부분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다 결국은 기관에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물론 한인이 라티노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인이 한인을, 또는 라티노가 라티노를 ’등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지 못하고 이제 막 자리를 잡으려는 사람들을 이용해 먹는 사람들이 있다”며 “특히 미국 문화를 잘 모르고 영어 구사도 못할 경우 대화 자체가 성립이 안돼 쉽게 해결될 일도 오해와 함께 문제가 커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라티노 도시 빈민 구제사업을 벌여온 굿스푼선교회 김재억 목사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임금 체불 피해자가 많아진 편”이라며 “차일피일 돈 주기를 미루거나 잔고가 없는 상태에서 (부도) 수표를 주고 연락을 끊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가끔 라티노들이 굿스푼에 찾아와 호소를 하면 김 목사가 중재에 나서기도 한다. 그에 따르면 처음엔 고용주가 ‘O일 O시 가게에 오면 돈을 주겠다’는 등 협조를 하다가 막상 당일이 되면 가게에 나타나지 않거나 아예 전화를 꺼놓는 등의 경우도 많다.

 김 목사는 “간혹 비슷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을 모아 집단으로 고소를 하기도 하지만 그래봤자 남는 건 양쪽의 상처 뿐”이라며 “TUAVA와 협력해서 가능하면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인과 라티노 커뮤니티 모두 서로에 대한 존중과 믿음을 갖고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림 기자 ysl1120@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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