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아쉬움 남긴 하변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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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결승 3국>
○·허영호 8단 ●·구리 9단

제9보(87~95)=87부터 94까지는 외길 수순. 여기서 대마가 살아 있음을 확인한 구리 9단은 대망의 95로 손을 돌린다. 95는 진정 빛나는 한 수다(국 후 구리는 이 수를 두면서 비로소 승리를 확신했다고 말했다).

 사실 백△(전보 80) 이후 전개된 일련의 수순들은 선악을 떠나 실전심리의 소산으로 봐야 한다. 구리는 분명 몸조심하는 분위기였기에 불리한 허영호 8단은 백△로 한 번 더 ‘베팅’했다. 허영호로서는 최후의 카드인 하변 공격은 잠시 아껴 두고 백△를 통해 뭔가 더 얻어 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구리는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했고 그리하여 절묘한 수순으로 좌변 백집을 돌파하고 살아 버렸다. 그리고 95까지 뒀으니 구리 입장에선 이보다 더 잘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백△로 즉각 ‘참고도 1’ 백1의 공격을 감행했으면 어찌 됐을까. 흑은 왠지 A로 나가기는 싫기 때문에 2로 둘 공산이 짙다. 그때 3으로 막아 살려 주더라도 위쪽 백집이 크게 생긴다. 이걸로도 부족하다면 일각의 주장대로 ‘참고도 2’ 백3, 5로 몽땅 잡으러 가는 초강경수단도 생각할 수 있다. 구리는 이 같은 것들이 승리를 향한 최후의 난관이라 걱정하고 있었는데 95를 두게 뒀다. 모든 게 끝난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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