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국내 증시 상장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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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르노삼성이 내년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또한 상장 추진과 함께 지분 매각도 고려하고 있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신차 개발과 부산공장 증설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르노삼성은 지난달 말 노조 성격인 사원대표위원회와의 협상에서 전 직원에게 우리사주 60주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증시 상장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다.

 회사 고위 임원은 “영업이익이나 현금 흐름 등 유가증권 상장 요건을 만족시키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상장 시기는 르노그룹의 지주회사 전환과 국내 증시 여건이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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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임원은 또 “주식 상장은 다음 달 1일 부임하는 신임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이 총괄 지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프로보 사장은 올해 43세로 르노그룹 계열사 사장 가운데 최연소다. 프랑스 명문 에콜 폴리테크닉을 졸업하고 2002년 르노에 입사, 지난해 러시아법인 부사장을 지내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

 현재 상장 실무 작업은 올해 초 르노 본사에서 파견된 인수합병 전문가 캔 윤 부사장이 추진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국내 증시 상장 추진은 르노 본사의 중장기 전략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르노-닛산은 올해 초 신흥시장 투자 확대를 위해 세계 자동차 업계 최초로 지주회사 설립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르노 산하에는 러시아 최대 자동차 회사인 아브토바즈와 루마니아 다치아, 르노삼성이 편입된다.

 지주회사는 이들 회사의 지분 30% 정도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매각해 투자 자금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르노와 닛산은 기존 개발·생산·판매 기능을 지주회사로 상당 부분 이관한다. 수출 급증으로 부산공장 증설 수요가 커진 것도 상장 추진의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다. 르노삼성은 현대·기아차의 막강한 영업력으로 인해 내수 확대에 어려움을 겪자 2006년부터 르노 브랜드로 수출을 확대해왔다. 올해 상반기에는 처음으로 수출(7만9420대)이 내수(6만2603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처럼 수출이 호조를 보이자 르노 본사 노조에서 ‘프랑스 공장의 생산 물량이 줄 우려가 있다’며 반발, 본사에서 증설 자금 수혈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르노 본사의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가 자국 노동자의 반발을 의식하고 있지만 르노삼성이 상장을 통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약을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르노의 대주주(지분율 15%)다. 중앙대 이남석(경영학부) 교수는 “일각에서는 최근 리더십이 흔들리는 카를로스 곤 회장이 퇴임 이후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르노-닛산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며 “아울러 톱-다운 조직인 르노삼성에 40대 젊은 사장이 부임해 추진할 새로운 변화도 관심 있게 볼 포인트”라고 말했다.

 곤 회장은 올해 4월 오른팔 격인 패트릭 펠라타 르노 사장이 전기차 기밀 유출사건 조작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바람에 리더십이 크게 흔들렸다. 외신들은 곤 회장이 본사의 지주회사 전환을 강하게 밀어붙여 훼손된 리더십을 만회할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한다.

 르노삼성은 2005년부터 4년간 매년 평균 1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09년에는 금융위기 여파로 423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지난해 매출 5조167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였지만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손으로 영업이익은 33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르노삼성의 자본금은 4400억원으로 르노 본사(80.1%)와 삼성그룹(19.9%)이 지분을 갖고 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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