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질·모종심기 … 도심서 귀농 준비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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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실습장에서 16일 귀농교육 수강생들이 들깨 모종을 심고 있다. 이들은 벼농사를 비롯해 축산·화훼 등 농업 분야별 교육을 받고 실습을 한다. [서울시 제공]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자연체육교육장의 작은 밭(82.5㎡)엔 호미와 갈퀴·곡괭이를 든 40여 명이 열심히 땅을 파고 호미질을 하고 있었다. “물이 잘 빠지도록 갈퀴나 호미로 땅을 골라 주세요. 배추나 들깨 종자는 약 20㎝ 간격으로 심어야 합니다. 너무 가까우면 잘 자라지 못해요.” 농업기술센터 허남돈(55) 귀농지원팀장의 시범에 다들 눈을 뗄 줄 몰랐다. 수첩을 꺼내 그림까지 그려가며 적는 이들도 있다.

 직접 호미질을 하고 밭고랑을 만들면서도 “이 정도 간격이면 되느냐” “ 언제 물을 줘야 하느냐”는 등 질문이 쏟아졌다. 배추 종자를 심던 정경진(60·서울시 송파구)씨는 “ 물만 주면 저절로 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맞춤형 귀농교육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농업기술센터는 2004년부터 두 가지 맞춤형 귀농교육과정(전원생활형·창업형)을 운영하고 있다. 농업 기술에 대한 이론·실습교육과 귀농 준비와 정착까지 도와준다. 올 하반기 65명 모집에 278명이 지원해 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주로 은퇴를 앞둔 50, 60대 남성들이 신청을 한다. 선발 과정은 치열하다. 귀농계획서 등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뒤에는 내·외부 인사 9명으로 구성된 면접단이 귀농 의지와 건강 상태, 가족 동의 여부 등을 꼼꼼하게 따진다.


 학생들이 가장 만족하는 것은 실습 위주 교육이다. 언제 비료를 뿌려야 할지, 종자는 어떻게 심어야 할지 등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치기 때문이다. 교육생 유기원(56·여·서울시 동대문구)씨는 “다른 귀농학교들은 유기농에만 집중하느라 순지르기(겉순을 잘라내는 것) 등 기초적인 것을 안 가르쳐 주는 경우가 많다”며 “이곳은 가지나 토마토 등의 재배 과정을 일일이 가르쳐 주고 실패 원인도 분석해 준다”고 말했다.

 교육을 받고 귀농하는 교육생도 많다. 지난해 수료생 91명 중 27명이 실제로 농사를 짓기 위해 지방에 내려갔다. 대학 학장이나 공무원, 대기업 임원 출신도 있다. 지난해 교육을 받고 충남 서산으로 귀농한 황규섭(66) 전 한국폴리텍대학 학장은 “ 천연비료 만드는 법 등 실제 농사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많이 알려줘 잘 활용하고 있다”며 “사후관리도 철저한 편이라 지금도 기술센터 강사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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