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수문화 관행 깨나 … “승진 누락자 사퇴 강요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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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발표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 인사는 권재진 법무부 장관(왼쪽)과 한상대 검찰총장의 상의를 거쳐 이뤄진 것이다. 권 장관과 한 총장이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기 직전 넥타이를 가다듬고 있다. [안성식 기자]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장(고검장급)에 최교일(49·사법시험 25회) 법무부 검찰국장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 최재경(49·27회)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각각 임명하는 등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52명에 대해 승진 및 전보 인사를 16일 실시했다. 이번 인사는 22일자다. 또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국민수(48·26회) 청주지검장이, 대검 공안부장에는 임정혁(52·26회) 대구고검 차장이 각각 임명됐다. 이들 4자리는 검찰 내에서 ‘빅4’로 불리는 요직이다.

 고검장급 승진자는 6명이다. 법무부 차관에 길태기(53·25회) 서울남부지검장, 부산고검장에 김홍일(55·24회) 대검 중수부장이 발탁됐고 대구고검장에 소병철(53·25회) 대전지검장, 광주고검장엔 김학의(55·24회) 인천지검장, 대전고검장엔 김진태(59·24회) 대구지검장이 각각 임명됐다. 또 대검 차장에는 채동욱 대전고검장(52·24회)이, 서울고검장에 안창호(54·23회, 사법연수원 14기) 광주고검장, 법무연수원장에 노환균(54·24회) 대구고검장이 각각 전보됐다. 정인창(47·28회) 인천지검 1차장이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임명되는 등 사법연수원 18기(사법시험 28회, 1986년 합격) 8명이 검사장급에 새로 임명됐다. 전체적으로 승진은 14명, 전보는 38명이다.

 김영진 법무부 대변인은 “승진자들의 경우 검사 임관 이후 지금까지의 업무능력 평가는 물론 출신 지역과 출신 학교 등도 적절히 안배했다”며 “특히 조직 분위기 일신을 위해 임기가 정해진 법무부 감찰관과 대검 감찰부장을 제외한 검사장급 간부 전원을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글=조강수·박진석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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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6 검찰 인사 들여다보니

법무부의 한 인사 담당자는 16일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인사가 발표된 직후 검찰 기수(期數)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검찰에 잔존해 있는 기수 문화에 따른 사퇴 관행을 없애기 위한 인사 실험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전엔 고검장급 승진 인사에서 탈락이 예상되는 후보자들에게는 미리 전화를 걸어 사퇴할 것을 설득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엔 아예 전화 자체를 걸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시 동기가 검찰총장이 되면 다른 동기생들이 옷을 벗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지만 고검장급 인사에서까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었다는 것이다. 이는 한상대 검찰총장 내정 이후 동기생 5명이 줄줄이 사퇴한 것을 두고 검찰 조직의 연소화 등 비판 여론이 높은 점을 감안한 조치라고 그는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인사에서 사시 24회 5명 중 고검장으로 승진한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은 대검 형사부장(곽상욱)과 강력부장(김영한), 사법연수원 부원장(이재원)에 각각 보임됐다. 대검의 검사장급 간부 6자리를 사시 24회 2명, 25~28회 각 1명씩 골고루 배치한 것이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지난 6월 29일 국회 사개특위의 검경수사권 조정안 수정 통과에 반발해 집단 사표를 냈던 대검 간부 5명 중 현직에 남은 4명이 두드러진 인사상 혜택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사 직전 사표를 낸 홍만표 전 대검 기조부장을 제외하고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두고 경합했던 김홍일 대검 중수부장은 부산고검장에, 신종대 대검 공안부장은 대구지검장에 배치됐다. 또 조영곤 형사·강력부장은 울산지검장, 정병두 공판송무부장은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인사는 정권 임기 후반에 사정 라인을 장악하면서도 지역 안배를 가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빅 4’ 가운데 전국 최대 검찰청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중수부장에 각각 TK(대구·경북)로 분류되는 경북고 출신 최교일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구고 출신의 최재경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배치했다. 나머지 두 자리인 검찰국장과 대검 공안부장에는 비(非)TK인 국민수 청주지검장과 임정혁 대구고검 차장을 앉힌 것이다. 전체 검사장급 간부 52명 가운데 TK 출신은 11명이다. 고려대의 경우 12명을 차지하고 있다.

글=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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