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신용융자 당분간 전면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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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미래에셋증권이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신용융자 업무를 전격적으로 중단했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여파로 국내 증시가 불안정한 가운데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외상거래’ 고객을 막기 위해서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이날부터 신규 신용융자를 중단했다. 기존 고객의 신용융자 한도는 줄이되, 신규 고객은 아예 신용융자를 받을 수 없게 됐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최근 시장이 불안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시장 건전성 확보와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별로는 당초 최고 7억원까지 신용융자 및 주식(펀드)담보대출이 가능했던 ‘P등급(VIP등급)’ 고객이 5억원으로 축소됐다. 또 V등급은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나머지 R·S·A·F 등급은 2억원에서 1억원으로 각각 50% 줄었다.

 이번 조치는 박현주(사진) 미래에셋 회장의 전격적인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 박 회장은 “약세장에서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신용거래로 주식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다.

신용융자와 주식(펀드)담보대출은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에만 신용융자로 267억원의 이자수익을 올렸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의 신용융자 잔액은 3900억원, 주식(펀드)담보대출 잔액은 4000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수입 감소에도 이 같은 결정을 한 건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고객들이 손실을 입을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전예고 없이 이날부터 신용융자 업무를 중단하자 고객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주 국내 증시가 내려앉으면서 막대한 손실을 본 고객들로서는 저가 매수를 통해 손실을 만회할 자금 마련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부 고객은 미래에셋증권 지점으로 찾아와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 회사에서 신용융자를 받은 한 고객은 “이제 주가가 오르려고 해서 손해난 걸 만회할까 기대했는데 갑자기 대출을 막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발했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외상으로 주식을 샀다가 돈을 갚지 못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2200억원이 넘는 반대매매가 이뤄졌다. 반대매매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고객이 돈을 갚지 못할 때 증권사가 강제로 고객의 주식을 파는 걸 뜻한다. 반대매매를 할 경우 주식 가치는 더 떨어지게 되고 투자자의 손실은 더욱 커지게 된다. 반대매매 금액은 지난 9일 311억원까지 급증했지만 10일과 11일에는 각각 221억원과 224억원 규모로 줄었다.

반대매매 규모가 7월 중에는 단 한 차례(15일, 101억원)만 100억원이 넘었다. 그만큼 8월 급락장에서 빚을 내 투자한 고객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자기 돈이 아닌 남의 돈을 빌려 투자하면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며 “최근처럼 장이 급등락할 때는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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