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들리가 말하는 ‘조카 브래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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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PGA 투어에 데뷔한 조카를 응원하기 위해 올해 초 한 대회장을 찾은 고모 팻 브래들리(오른쪽)와 키건 브래들리의 다정한 모습.

“조카 키건의 17번 홀 버디 퍼트(10.5m)는 내가 30년 전 US여자오픈 마지막 날 15번 홀에서 성공시켰던 35m짜리 버디 퍼트처럼 전율스러웠다.”

 팻 브래들리(60·미국)는 미국 뉴저지주 케이프 메이에 있는 집에서 일요일인 14일(현지시간) 오후 늦도록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남자골프의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조카 키건 브래들리(25·미국)가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을 엮어내는 승리의 교향악을 즐겼다.

 키건은 마지막 날 3홀을 남기고 제이슨 더프너(미국)에게 5타나 뒤졌지만 기어이 동타를 만들고 연장전 끝에 우승했다. 팻은 그 순간 자신의 과거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는 LPGA 투어에서 메이저 대회 6승을 포함해 통산 31승을 거뒀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은 물론 1986년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수퍼스타다.

 팻은 15일 PGA투어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상황이 나의 과거를 보는 듯했다. 키건이 17번 홀에서 성공시킨 그 퍼트는 내가 1981년 US여자오픈에서 베스 대니얼에 맞서 성공시켰던 퍼트와 아주 비슷했다”고 말했다.

 팻은 30년 전 US여자오픈에서 성공시킨 일생일대의 결정적 버디 퍼트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최종 라운드 때 플레이 동반자였던 대니얼과 동타를 이룬 그는 15번 홀에서 기적에 가까운 35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결국 팻은 일리노이주에 있는 라그랑제 골프장에서 1타 차이로 우승(9언더파)을 거머쥐었다. 생애 첫 US여자오픈 우승이었고 두 번째 메이저대회 승리였다.

 그는 “(키건이) 15번 홀에서 트리플보기를 하고도 선두를 따라붙을 때 그의 눈만 봐도 우승하리란 것을 알 수가 있었다. PGA 챔피언십의 우승은 결코 그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고 조카의 집중력에 찬사를 보냈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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