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중소기업 상속세, 한국 25억원, 독일 2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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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국내에서 기업가치 100억원짜리 비상장 중소기업을 물려받을 때 내는 상속세 부담이 선진국의 5~10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5일 한국·독일·일본·영국의 상속세 부담을 비교 계산한 결과다.

 대한상의는 후계자가 중소기업을 10년간 경영한 뒤 물려받는 경우를 가정해 상속세를 계산했다. ‘10년간 경영’은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공제율을 적용받기 위한 조건이다. 그렇게 한국에서 최대 공제율을 적용받아도 상속세 부담은 월등히 높았다. 세금이 한국은 25억2000만원, 일본은 5억6000만원, 독일은 2억5000만원이었다. 한국의 상속세 부담이 독일의 10.1배, 일본의 4.5배인 것이다. 영국은 아예 세금이 한 푼도 없었다.

 한국이 유독 상속세를 많이 내야 하는 이유는 주요국에 비해 상속세율은 높으면서 공제는 적기 때문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한국이 50%, 독일은 30%였다. 반면 가업 상속에 대한 공제율은 한국이 40%로 독일(85~100%)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일본은 최고세율은 50%로 한국과 같지만 공제율이 80%로 두 배여서 상속세 부담이 낮았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도 상속세율을 낮추는 추세다. 대만은 최고세율을 2009년 50%에서 10%로, 미국은 올해 50%에서 35%로 내렸다. 국내에서는 2008년 9월 기획재정부가 상속세 최고세율을 33%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내놨었다. 하지만 ‘부자 감세’라며 야당이 반대해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다.

 대한상의는 상속세 부담이 고용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 부담 때문에 상속을 포기하면 기업이 문을 닫아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다른 자본에 넘어간 뒤 구조조정되는 게 보통이라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보고서에서 “가업을 상속받은 뒤 고용을 늘리는 경우엔 최대 100%까지 상속세 공제율을 높이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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