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구리, 조심 또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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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결승 3국>
○·허영호 8단 ●·구리 9단

제7보(62∼79)=우하 귀를 버리기로 작정한 것은 현명했지만 막상 시체로 변해 가는 백 돌들을 바라보니 억울하기 짝이 없다. 이 귀에 ‘맛’을 붙여보려고 살짝 한눈팔다 위쪽에서 당한 고통이 그 얼마인가. 한데 당할 대로 당한 뒤 다시 귀는 버려야만 한다니 어찌 억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69에 이르러 우하 흑 집은 30집 강. 상변 일대는 줄잡아 40집. 합이 70집. 백은 어떻게 집을 세야 할까. 확정가가 아니라 꽤 추상적이지만 대략 좌상 15집, 좌변과 좌하 20집, 하변 10집, 우변 5집으로 좀 후하게 계산하면 합계 50집은 된다. 그러나 무려 20집 차이. 선수에다 덤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차이가 아득하다.

 허영호 8단은 70으로 달려들었다. 백1이 상식적으로 큰 곳이지만 흑2로 지켜지면 게임 끝이다. 반격이 두렵지만 백은 이제 무서울 게 없다. 71은 조심한 수. 크게 우세한 구리 9단은 오직 사고를 겁내고 있다. 그 틈에 허영호는 72, 74로 멋지게 한 방 날렸다. 평시라면 눈이 번쩍 떠지는 전과. 좌상이 순식간에 20집으로 커졌다. 그 다음 76으로 지키자 좌하 일대가 위협적인 자세로 변하고 있다. 구리도 77, 79로 큰 곳을 두었지만 온 몸을 던지려는 허영호의 열정이 상황을 극적으로 호전시키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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