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새내기 용병 돌풍 예고

중앙일보

입력

올해 한국무대에 첫 선을 보인 새내기 외국인 선수들이 첫 경기부터 제 실력을 보여 돌풍을 예고했다.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기대반 우려반' 속에 시즌을 맞은 이들은 막상 뚜껑을 열자 파워와 관록에서 국내 선수는 물론 2∼3년차 용병들을 압도했다.

개막전 홈런잔치를 주도한 현대의 탐 퀸란은 5차례 타석에 들어서 홈런 3발을 뿜어내 개막전 스타로 떠올랐다.

당초 걱정했던 수비에서도 큰 몸집에 비해 푸트워크가 빠르고 특히 송구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 98년 현대 우승의 주역 스코트 쿨바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10년 경력의 에디 윌리엄스도 첫날 3번째 타석 까지는 범타로 물러났지만 공이 눈에 익자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4타점을 올렸다.

빠르고 힘이 넘치는 스윙으로 전지훈련 때부터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모은 윌리엄스는 '올 시즌 홈런 60개를 치겠다'는 호언장담이 결코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개막전부터 보였다.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타격왕과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를 지낸 '성골' 메이저리거 훌리오 프랑코 역시 제 실력을 톡톡히 발휘했다. 프랑코는 4차례 타석에 들어서 3안타와 볼넷 1개로 100% 출루율을 과시했으며 삼성이 뽑은 2점을 모두 책임졌다.

3타수 3안타에 2타점의 성적을 올린 프랑코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유일한 4할 타자인 백인천 전 삼성감독의 '4할 타율을 달성할 것'이라는 예언을 뒷받침했다.

LG 3루수 짐 테이텀도 발군의 타격 솜씨로 '투수왕국' 롯데 마운드를 무너뜨리는 선봉장이 됐다. '컴퓨터 투구'를 자랑하는 롯데 선발투수 주형광에게 선취점을 뽑는 솔로홈런을 터뜨리는 등 홈런 2개를 포함한 3안타를 작렬시키며 4타점을 올렸다. 테이텀 역시 5차례 타석에서 3안타와 볼넷 2개로 100% 출루했다.

LG가 부족한 투수력을 보강하기 위해 영입한 데니 해리거도 노련한 경기 운영이 돋보여 올 시즌 프로야구 판도 변화의 중요한 변수로 등장했다. 4회까지 단 1안타로 롯데 타선을 꽁꽁 묶은 해리거는 5회와 6회 들어 다소 흔들렸지만 다양한 구질과 타자들과의 수싸움에 능란해 두자리 승수는 거뜬하다는 칭찬을 받았다.

반면 2년째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다니엘 로마이어와 제이 데이비스(이상 한화), 3년째 뛰고 있는 타이론 우즈(두산)는 이들 새내기 용병의 기세에 눌린 모습.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이런 추세로 이어진다면 올 프로야구는 용병 잔치가 될 전망이다.(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