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장, 철저한 리스크 관리형 투자기법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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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시장은 단 한 번에 ‘대박’을 잡을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쪽박’을 찰 수도 있는 시장. 따라서 일반투자자들이 지금 이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많다.
제3시장이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철저하게 ‘왕따’를 당해 개점휴업상태에 빠질 것인가.

지난 3월27일 문을 연 제3시장이 초반부터 돈놓고 돈먹고식의 투전판이 되는 등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이 시장의 운명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일반투자자들을 제3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시장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성우 다이노투자컨설팅 사장은 “제3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는 게 오히려 시장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을 편다. 아무나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는데 괜히 시장 장세도 안 좋은 지금 누가 들어가려고 하겠느냐는 얘기다.

실제 명동 비상장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H사의 주식을 보자. H사의 기업실적이라야 별거 없지만 첨단주라는 인식 때문에 액면가 1백원짜리 주식이 5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H사의 K사장은 “나중에 제3시장이 극히 활성화되면 그때 가서 들어갈 것”이라고 말한다.괜히 지금 들어갔다가, 명동 비상장시장에서 형성된 주가(5천원)가 폭락하기라도 하면 재산상 큰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K사장이 갖고 있는 주식은 1천만 주, 5백억원어치에 달한다. 섣불리 제3시장에 들어갔다가, 주가가 반토막이라도 나면 순식간에 2백50억원이 날아가는 셈. K사장이 제3시장 진입을 주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서 이성우 사장은 제3시장 진입을 어렵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올해 1분기에 신청을 받으면 올 3분기나 돼야 시장 진입을 받아 준다는 식이나 혹은 1년에 몇 개의 우량기업만 받아 줄테니 빨리 우량 기업들은 신청하라는 식으로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상하한폭을 정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상하한폭이 없는 상황에서 소수의 작전세력들이 주가를 장난치는 투기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런 현상이 점차 굳어지면 일반투자자들이 이 시장을 외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제3시장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물론 있다. 권영건 대유투자자문 사장은 코스닥 등록심사가 엄격해지면서 제3시장으로 가려는 기업이 늘 것이고, 제3시장이 거래소나 코스닥과는 전혀 다른, 말 그대로의 ‘제3시장’이란 것을 투자자들이 인식하게 되면 투자자들의 발길이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도 전제조건을 분명히 달았다. 제3시장 활성화를 위해 코스닥의 새롬기술 같은 ‘스타주식’을 빨리 발굴해야 한다는 것.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스타주를 발굴하는데 신경을 써야 하고, 적어도 명동 비상장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주식 중 ‘빅 파이브’ 인기주는 무리해서라도 빨리 제3시장으로 끌고 들어와야 한다는 것. 시장에 불을 붙이는 스타주가 있어야 이 시장이 빨리 살아날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면 1년 후에 제3시장 거래량이나 시가총액이 코스닥시장의 절반까지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김동진 씽크풀 사장은 “정부가 좋은 기업을 계속 발굴하고 유치해야만 제3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하면서 “거래되는 주식이 50개가 넘고, 코스닥 거래규모의 10%는 넘어야 이 시장이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으며, 올 연말께면 제3시장도 이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지금 이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못을 박는다. 제3시장 주가가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원인은, 소수의 작전세력들이 주가를 조작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 그는 이 시장에서 투자수익을 거두려는 투자자가 있다면 먼저 리스크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이익이 생기면 바로 굳히고 추격매수는 절대로 삼가야 한다는 것. 급등락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손절매는 기본이고, 일단 유망주식을 싼 가격에 잡았다면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권정태 매크로머니 이사는 “제3시장은 경마장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며 주식시장으로서의 투기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3시장이 ‘죽는 일’도 없을 것 같다는 분석이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사람들이 경마장으로 몰려가듯, 상하한폭이 없는 제3시장에서 대박을 잡으려는 투기성 투자자의 발길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제3시장 주가는, 거래소나 코스닥 주식에 적용되는 기술적 거래지표나 재무제표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만 보아도, 제3시장은 투기장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유상원 기자·wiseman / 이코노미스트 제 531호(200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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