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주변 '뜬 돈' 15조 어디로

중앙일보

입력

이달 중 공모주 청약자금과 은행의 단위형 금전신탁에 들어있던 거액의 돈이 시중에 떠돌 것(浮動化)으로 보인다.

금융계는 이 자금 규모가 자그마치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심화할 경우 현재 5% 포인트 가까이 벌어져 있는 장.단기 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콜금리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단기금리가 인상될 경우 장기금리가 급등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 심화하는 자금의 단기 부동화〓이달 중 예정된 공모주 물량은 최소 5천억원이 넘는다.

공모주 청약을 증권사에 맡겨놓는 증거금 비율을 20%(증권사 중 최저수준)만 잡고 경쟁률을 평균 1백대 1로 추정해도 최소 10조원 정도는 증시 주변으로 모여든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9월 담배인삼공사 공모주 청약 때 11조원이 몰린 바 있다.

또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증권사의 머니마켓펀드(MMF)에도 3월중에만 무려 2조3천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여기에다 오는 12일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단위형금전신탁 자금 중 5조4천억원이 이달 중에 풀려 나온다.

시중은행 신탁 담당자는 "돈을 찾아간다고 해도 이 자금이 증시로 직접 유입될 가능성은 작다" 면서 "일단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으로 많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고 내다봤다.

◇ 금리는 어떻게 되나〓자금시장 관계자들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선거 이후 장.단기 금리가 모두 오를 것으로 점쳤다.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지고 총선 후 단기금리 인상에 따라 장기금리(회사채 3년만기 기준)가 연 10.5~11.0%선까지 오를 것으로 봤던 것이다.

그러나 3월말 통계청이 '경기상승 속도가 다소 완만해지고 있다' 는 내용을 골자로 한 2월중 산업활동 동향을 발표하고 난 뒤에는 단기금리 인상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금리는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80%를 유지하던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8%대로 떨어졌고▶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년보다 낮은 0.3%에 그치는 등 경기과열이나 인플레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동양증권 채권팀 김병철 팀장은 "국제 유가가 떨어져 비용상승으로 인한 인플레 요인이 적고 소비증가도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 더 이상 급증하지 않을 것" 이라며 "통화당국도 돈줄을 직접 죄기보다 장.단기 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단기금리를 올리는 등의 정책을 쓸 가능성이 크다" 고 진단했다.

다만 한국은행의 전철환(全哲煥)총재는 "국제 원자재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임금상승 압력이 늘고 있으며 비용면에서 물가불안요인이 여전하고, 경기상승국면이 지속되면 공급능력이 축소돼 물가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 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또 2월 중 컴퓨터 통신기기와 운수장비 등을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지난해보다 66% 늘어나는 등 회복세를 보이는데다 최근 구제역 파문이 장기적으로는 축산물 가격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물가 불안 요인은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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