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 장세 속 내수주는 꿋꿋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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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하는 가운데서도 내수주는 선전했다. 세계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가 수출 기업보다는 내수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수주의 대표 종목인 롯데쇼핑은 지난 1일 시가총액이 17위에 머물렀으나 11일에는 한국전력·하이닉스 등을 제치고 13위로 훌쩍 뛰었다. 이 기간 동안 다른 종목은 주가가 급락했지만 롯데쇼핑은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기 때문이다.

 11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1~11일 사이 종가 기준으로 섬유업종은 5.79%, 음식료품은 8.57%, 유통업은 10.38%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6%(354.87포인트) 급락한 것에 비하면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세계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는 것은 세계 경제 둔화 걱정 때문”이라며 “아직 세계 경제 둔화가 현실화하지 않았고 국내 경기 침체로도 이어지지 않는다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이러한 변수가 당장은 내수업체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남 연구원은 “요즘처럼 코스피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내수주의 수익률이 다른 업종보다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의 대표 종목인 롯데쇼핑은 1일 종가가 46만25000원이었으나 11일 종가는 45만8000원으로 0.97%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코스피 시장 대비 초과수익률이 15.3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도 주가가 9.8% 떨어져 수익률이 코스피보다 6%포인트 이상 좋았다.

 섬유·의복업의 대표 종목인 LG패션은 이날 주가가 4만9500원에 달해 1일(4만6800원)보다 5.77%나 올랐다. 이 때문에 코스피 시장 대비 초과수익률은 22.11%에 달했다. 음식료품업종 가운데 CJ제일제당은 이 기간 동안 1.6% 하락하는 데 그쳤다.

 도현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기 약화 등으로 제조업체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권 후반기를 앞둔 정부가 3분기 이후에는 내수 진작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며 “3분기 이후 유통업체 수익률은 코스피 대비 우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도 연구원은 정권 후반기 대선과 총선 전에는 항상 내수 부양책이 이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할인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2000년 이후 두 번의 총선(17대 2004년 4월 1일, 18대 2008년 4월 9일)이 있었는데 이 총선이 이뤄지기 전년도(2003년과 2007년)의 하반기에는 투자수익률이 다른 기간보다 월등했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총선 전과 다른 기간의 투자수익률 차이를 비교해 보면 신세계는 24%포인트, 현대백화점은 11%포인트에 달했다”며 “유통업 중에서도 서민이 주요 고객인 할인점이 정부 내수 부양책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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