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략공천 30%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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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홍준표(左), 나경원(右)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당 지도부가 ‘전략공천’(후보자 공모나 경선절차 없이 지도부가 공천하는 것)할 수 있는 비율을 20%(당 공천개혁특위안)에서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전략공천 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이른바 ‘현역 물갈이’ 폭이 커질 수 있고, 당 대표 등의 공천 영향력이 강화된다.

 홍 대표는 10일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당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인 나경원 최고위원과 독대했다. 그러곤 “민주당이 최근 전략공천 비율을 30%로 확대하는 당 개혁안을 논의하고 있으니 한나라당도 30%로 전략공천 폭을 맞추도록 공천개혁안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홍 대표는 대신 “전략공천 지역이나 ‘취약지역’(최근 10년간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선 국민경선을 수용해 8월 중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통과시키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나 최고위원이 이끈 공천개혁특위는 지난 4월 ‘전략공천 지역구는 20%를 초과할 수 없다’는 조항을 담은 공천개혁안을 마련했었다. 단, 전략공천 지역에는 ‘취약지역’은 포함될 수 없도록 했다. 전략공천을 통해선 현역 지역구 의원의 교체 폭을 최대 20%로 제한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홍 대표가 당 지도부의 공천 재량권을 키우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홍 대표의 구상대로 전략공천을 30%로 확대할 경우 당 지도부는 19대 총선 공천에서 현역의원 지역구 147석 중 최대 44석(20% 적용 시 29석)까지 교체할 수 있게 된다.

 홍 대표 측은 17대·18대 총선에서도 각각 42%, 48%의 현역의원 교체가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홍 대표의 한 측근은 “한나라당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현역 재공천을 보장하는 식으로 공천을 했다간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게 홍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국민경선 방식이 현역의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기득권을 제한하는 장치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홍 대표의 전략공천 확대 구상은 ‘물갈이론’를 둘러싼 당내 논란을 재연시킬 조짐이다. 당장 나경원 최고위원은 홍 대표의 제안을 받고 “공천개혁특위가 사실상 활동을 종료했기 때문에 개혁안을 고치는 것은 어렵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나 의원은 “민주당은 취약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전략공천 상한선을 30%로 정했기 때문에 호남 등 취약지역은 빼고 20%를 전략지역으로 정한 한나라당 비율이 민주당보다 낮은 게 아니다”며 “공천개혁특위 원안대로 최고위원회가 의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대표 측은 “어차피 최고위원들의 재량권을 늘리자는 것인 만큼 나 위원 등을 계속 설득해 볼 것”이라고 했다.

정효식 기자

◆전략공천=후보 공모나 경선절차 없이 외부의 정치신인을 영입해 공천하는 것. 기존 후보들의 경쟁력이 낮거나 전국 선거 승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전략적으로 판단한 지역구가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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