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한빈이 “호텔서 빵굽기 수업 꿈 같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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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달 29일 서울 성수동 조선호텔 베이커리 제품개발실에서 학생들이 제빵 수업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고태식 주임, 김다영양, 옥나연양, 최문성 기능장. [양정숙 인턴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조선호텔 베이커리 제품 개발실엔 새하얀 가운을 차려입은 10대 20명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 6월 서울장학재단과 조선호텔 베이커리에서 선발한 ‘희망 파티시에’ 1기 장학생이다. 모두 미래의 제빵왕을 꿈꾸는 고교생이다.

 서울 세그루패션고 1학년인 이한빈(15)양은 머리카락에 생크림이 묻은 줄도 모르고 집중했다.

 “나이프를 든 손은 단단히 고정하고 케이크 판을 돌려 크림을 바르면 예쁘게 돼.” 2009년 국제 베이커리협회(IBA) 월드컵 한국 대표로 출전한 조선호텔 베이커리 최문성 기능장의 설명대로 따라 해 보지만 매끈하게 발라지지 않는다. 여덟 살 때 인공 와우(귓속 달팽이관) 수술을 받은 이양은 가끔 최 기능장의 설명을 놓쳤지만 무사히 첫 케이크를 완성했다. “조금 울퉁불퉁하지만 그래도 재밌어요. 빨리 실력을 키워 예쁜 케이크를 만들고 싶어요.”

 첫 수업을 진행한 최 기능장은 “나도 고등학교를 나와 독학으로 빵을 만들어 학생들의 어려움을 잘 안다”며 “기초를 충실히 다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일여고 1학년 박복희(16)양은 중학교 때 동아리 활동에서 처음 빵을 구워보고 파티시에의 꿈을 키웠다. 집안 사정 때문에 제빵학원에 다니겠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는데 장학생으로 선발되면서 기회를 잡았다. “솔직히 엄두를 못 냈는데 파티시에복을 입어 보니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요. 제 이름을 건 베이커리를 꼭 낼 거예요.”

 희망 파티시에 과정은 조선호텔 베이커리에서 먼저 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 기업이 금전적 지원만 하는 것보단 학생들이 취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에서였다. 고교 1학년 학생 20명을 선발해 3년간 제과·제빵 교육을 하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10대들의 관심은 높았다. 20명 모집에 361명이 지원해 1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원 자격은 서울지역 고등학생으로 저소득층 학생에게 우선권을 줬다. 방학 기간에는 일주일에 한 번, 학기 중엔 한 달에 한 번 전문가들을 만나 지도를 받는다. 3개월마다 장학금 30만원을 받는다. 최 기능장을 포함해 조선호텔 베이커리 현역 파티시에 5명이 멘토가 된다.

3년 과정을 마치면 인턴 과정을 거쳐 조선호텔에서 파티시에로 일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장학 프로그램이 취업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조선호텔과 서울장학재단은 내년에도 희망 파티시에 참가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서울장학재단 장학사업부 최준근 부장은 “대부분의 장학사업은 학비 지원으로 끝나지만 희망 파티시에 사업은 진로에 대한 꿈을 심어준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앞으로 요리·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참여하는 장학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양정숙 인턴기자(서울대 소비자학과)

희망 파티시에 프로그램

▶고교 1학년생 20명 대상, 기간 3년

내년 4월 2기 선발 예정

(저소득층 학생에 우선권)

▶제빵교육, 3개월마다 장학금 30만원

▶인턴 거쳐 조선호텔 베이커리 취업 기회

▶주관 : 서울장학재단, 조선호텔 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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