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전력분석 ⑦해태 타이거즈

중앙일보

입력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팀 해태 타이거즈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옛날의 명성을 되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해태의 전력은 한마디로 '차 떼고 포 뗀' 장기판이나 다름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확실한 선발과 중심 타자가 없어 믿을 곳은 시범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신인들과 한국시리즈에서 9번 우승한 김응룡 감독의 용병술과 저력 밖에 없는 처지다.

뚜렷한 에이스가 없어 고민인 마운드는 삼성 이적생 박충식과 이대진이 부상중이어서 신인들로 꾸려나가야 할 형편이다. 선발에는 중견인 곽현희와 유동훈에 중국 전지훈련에서 인정을 받은 신인 윤형진과 최영완 등이 가세할 것으로 보이고 마무리는 곽채진과 오봉옥이 맡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게 사실이다.

선수협의회 파동의 주동급인 양준혁을 LG에 주고 두자리 승수를 계산하며 데려온 손혁이 돌연 은퇴를 선언, 애를 태우고 있다. 다행히 98년까지 4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올렸던 이대진이 지난 시즌을 모두 쉬면서 충실한 재활훈련을 받아 5월 중순께 등판할 예정이어서 시즌 초반 이후 마운드높이는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부족한 투수력을 타력으로 보강해야 하지만 악재가 겹쳤다. 왼손 거포 양준혁이 빠진데다가 용병 타자 호세 말레브가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기량 미달로 낙제점을 받아 이미 퇴출됐고 나머지 용병인 에디 피어슨도 같은 이유로 돌려 보내야 할 위기다.

지난 시즌 3할 타율에 홈런 34개를 쳤던 홍현우도 시범경기에서 발목 골절 부상을 당해 이번 시즌 출장이 불투명해졌으며 지난 시즌 타격 3위 장성호와 국가대표 출신의 새내기 홍세완 정도가 내세울만한 타자여서 예전의 시원스런 타격은 기대하기 힘들다.

수비는 양준혁의 1루 공백을 장성호가 메우는 정도의 포지션 변화가 예상되고 신인 가운데 타격까지 겸비한 홍세완(유격수), 김상훈(포수), 양현석(외야)이 선배들과 주전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측돼 전반적으로 나아졌다는 평이다.

최악의 전력이지만 양준혁의 트레이드머니 5억원으로 새로운 용병 타자를 물색중이고 이번 시즌을 끝으로 해태 유니폼을 벗을 것으로 관측되는 '코끼리' 김응룡감독이 버티고 있기에 만만하게 볼 수만은 없는 팀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leesang@yonhapnews.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