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 감독이 말하는 영화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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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의 사랑을 그린 단순한 멜로드라마가 아닌 것 같은데.

"영화에 대해 성찰하는 영화다. 영화에 대해서는 많은 명제들이 떠돈다. '인터뷰' 에서 제작진이 내뱉는 말들도 그 중 일부다. '영화란 처음 5분간이 재미있어야 한다' '말이 많은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 등등. 이런 명제와 관념들에 저항하고 싶었다. 실제로 '인터뷰' 는 처음 5분간이 재미있지도 않고, 말도 아주 많은 영화다. 또 '심은하.이정재가 나오는 '스타 배우가 등장하는 픽션 부분은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한 반면 일반인들이 나오는 다큐멘터리 부분은 훨씬 극적이다. 이처럼 다큐멘터리나 허구에 대한 기존 상식을 흔들고 싶었다."

- '영화에 대한 영화' 는 이제 유행이나 하나의 굳어진 스타일이 아닌가.

"영화 탄생 1백년을 기해 '영화에 대한 영화' 가 많이 나왔다. '영국의 켄 로치나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등이 시도한 방식이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붐이 됐다.

이후 형식적으로 흉내만 내는 영화가 범람했고 심지어 TV에서도 사용됐다. 사실 그 이전에 프랑스의 장 뤽 고다르나 독일의 빔 벤더스 같은 감독이 이런 시도를 했다.

그건 영화가 막다른 길에 봉착하자 돌파구를 찾기 위한 고민에서 나온 결과였다. 그러나 '그런 범주에 넣을 수 있는 '뒤에 나온 비슷한 류의 영화들은 형식의 즐거움을 취할 뿐이다. '인터뷰' 는 이런 유행을 따른 건 아니다.

나는 영화의 영역을 넓히고 싶었다. 영화가 종합예술이라고 말하면서도 제한된 개념으로만 영화를 규정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종합예술인데도 영화하겠다는 이들은 영화관만 다닌다.

예를 들어 '무용.미술.문학 등은 도외시하는 것이다. 그런 것으로 구별하지 말자는 거다. '인터뷰' 에 러시아 출신의 명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무덤이 나온다고 해서 내가 그를 숭배한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7, 8년전이라면 그랬을 거다. 이제는 아니다.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영화라면 주눅부터 드는 그런 관념에서 벗어나자는 게 내 의도였다."

- 결과적으로 그런 의도가 영화를 통해 전달이 잘 안 된다.

"스타 배우를 쓰게 되면서 비틀어졌다. 픽션의 틀에 너무 기대면서 다큐멘터리 부분이 약화됐고 그 결과 구도가 달라졌다. 제작자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한 것도 아닌데 심은하.이정재가 워낙 유명해 다큐멘터리로 처리할 수 없었다. 아무튼 지금 심정은 내 능력 만큼의 영화가 나온 것 같다는 거다.

한국 영화는 너무 답보상태다. 관객은 수용할 태세가 돼 있는데도 '이렇게 해도 관객이 알아 먹을까' 라고 지레 걱정한다. 관객의 변화에 영화가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영화도 문법을 바꿀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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