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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스콜피온(Red Scorppion)

중앙일보

입력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는 영화계에서 그야말로 한가지 무기로 먹고사는 인물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몸 하나로 떼우는 몇몇 배우들의 작품들을 살펴보는 것은 생각보다 흥미롭다.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겠지만 국내외에서 항상 이같은 인식을 갖게 하는 인물, 실베스터스탤론이나 장클로드반담,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영화속의 히어로인 돌프룬드그렌은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영화속에서만큼은 소멸되지 않는 영웅의 분신으로 활약하며, 버젓한 무기하나 없이도 적을 일순간에 제압할 수 있는 괴력의 소유자들이다. 영화속에서 군인으로(항상 특수부대 출신들이다), 인조인간 같은 차가운 냉혈한으로 등장하며 심지어는 나약한 소시민의 모습으로 존재하다가도 위기가 닥쳐오면 어김없이 뛰어난 활약(?)으로 지구의 평화마저도 한손으로 해결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의 딜레마는 안타깝게도 이런 영화속 모습에서 시작된다. 근육질의 몸을 굴리기도 바쁜 이 배우들에게 변변한 대사처리 하나가 버가웠음은 뻔한 사실이 되었고, 이들의 영화인생도 마치 자신들이 출연한 영화속 이미지처럼 처음과 끝이 뻔한 모양새로 작용했던 것이다. 때문에 돌프룬드그렌이 출연한 이 영화도 사실상 그의 이력에는 별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아무런 연기변신같은 것이 필요없었기 때문이다) 작품이다.

만만한 스케일에, 액션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화이지만 Jay Chattaway가 담당한 음악은 주목할 만한 요소가 존재한다.
이런류의 액션영화에서는 일반적으로 영화음악가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하는데 이 영화의 음악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우선 스케일을 강조/과장하기 위한 오케스트레이션의 의도적인 편성과 이 영화의 특수한 배경을 암시하는 이국적 선율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간헐적으로 삽입되는 전자음향들까지 - 사실 이런 유형은 기존의 틀을 답습한다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Jay Chattaway라는 작곡가의 이 작업이 나름대로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앞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요소요소에 필요한 부분에만 오케스트레이션과 악기의 구성을 집중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그의 안목에 힘입은 바 크다.

전혀 멜로디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해서 이 방면의 대가들과 비교해 봤을때 탁월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힘들겠지만 이 사운드트랙이 주는 의미는 그런 평범함 때문에 더 분명한 가치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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