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회장 사인공방 "건강이상" 논란일자 양측 얼버무려

중앙일보

입력

정몽구 회장을 현대 회장으로 유임시키라고 결재했다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친필 사인에 대한 정몽구.몽헌 회장측의 공방이 27일 갑자기 딱 끊겼다.

26일 오후 내내 "명예회장이 직접 사인했다" "사실과 다르다" 며 맞섰던 양측은 27일 "지나간 일인데 캐묻지 마라" (정몽구 회장측), "내부 문제다. 확인할 수 없다" (정몽헌 회장측)며 얼버무렸다.

그룹 내부에서는 鄭명예회장이 사인한 것은 사실로 보고 있다.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할 정도면 鄭명예회장이 정몽구 회장이 보는 앞에서 사인했으리란 것. 그러나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鄭명예회장은 1987년 그룹 회장직을 내놓은 뒤 대북사업과 같은 중요한 외부 서류가 아닌 회사 내부 서류에 사인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는 것.

기안 서류도 정몽구 회장측이 인사권이 없다고 보는 구조조정본부 산하 현대경영전략팀의 양식이'며, 鄭명예회장을 제외한 다른 관계자의 사인은 없'다.

명예회장의 사내 결재가 구조조정본부가 받아온 점을 감안하면 절차상 정상이 아니라는 것. 일각에서는 사인의 모양이 예전과 너무 다르다고 지적했다.

현역시절엔 '鄭' 자를 또렷이 정자체(正字體)로 쓴 뒤 둘레를 원으로 시원스럽게 돌리는 모양이었는데, 26일 공개된 사인은 '鄭' 자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흘려져 있고 원 모양도 온전하지 않다는 것. 특히 '鄭' 자는 형태가 일그러져 26일 기자회견 직후 "鄭자냐, 周永이냐" 는 논란도 일었다.

이에 따라 그룹 내부에서는 鄭명예회장이 과연 온전한 판단 아래 서류에 사인했느냐는 의문을 품고 있다. 판단력이 흔들릴 정도로 鄭명예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양측은 "걷는 게 불편할 뿐 명예회장의 건강이나 판단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고 입을 모았다. 양측이 갑자기 사인 여부에 대한 해명을 '포기' 함에 따라 그 진위 여부는 숙제로 남게 됐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앞으로 또 다른 분란의 단초가 되는 '꺼지지 않은 불씨' 로 작용하리란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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