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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옹알스①-돌아이들 유럽을 점령하러갔다 에든버러 메인극장을 차지하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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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미디 최초로 유럽 무대에 선 퍼포디언 옹알스 (왼쪽부터 조수원,최기섭,채경선,조준우) [사진=옹알스, 온라인 중앙일보 독점제공 / 상업적 사용을 금합니다]

한류 배우, 한류 가수는 있어도 '한류 개그맨'은 없었다. 그런데 여기, 한류 개그맨으로 스타트를 끊는 '돌아이'들이 있다. 8월 한 달간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제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퍼포디언 옹알스(조수원·최기섭·채경선·조준우).

2010년 첫 참가 당시 '한국에서나 제대로 하라'는 주위의 비아냥과는 달리 영국 BBC, 메트로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멋진 성공을 거뒀다. 국내에선 주목받지 못한 무명 10년차 개그맨들이 유럽 땅에 가 한국 코미디를 알린 것이다. 이후 금의환향 했지만 여전히 열악한 개그계.

다시 거리로 나와 전단지를 뿌리던 그들이 마침내 2011년 두 번째 참가를 결심한다. 이들이 자비로 유럽 무대에 도전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대한민국 코미디를 위해서. 한류 개그의 물꼬를 트고 싶다는 옹알스의 유럽 정복기를 온라인 중앙일보(joongang.co.kr)가 함께 한다.
※옹알스가 보내온 편지 원문은 기사 하단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에든버러에서 온 편지] 옹알스의 유럽개그정복기 #첫번째 이야기

26일 인천공항, 출국 전 옹알스 포스터를 새긴 티셔츠를 입고서

지난달 27일(한국 시간) 오후 6시30분 옹알스 멤버 기섭에게서 온라인 중앙일보 편집국으로 전화가 왔다. 전날만 해도 "가서 잘하고 오겠다. 아무 문제 없다"며 자신만만하게 떠난 그. 그런데 목소리가 매우 다급했다. "저희 벌써부터 일 터졌어요. 공연 소품들이 모두 사라졌어요."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프랑스 파리를 경유해 영국으로 가는 과정에 공항 측의 실수로 공연 소품이 담긴 짐이 미처 비행기에 오르지 못한 것. 공항 직원이 파리에서 짐이 오는대로 숙소로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멤버들은 초조함에 어쩔줄을 몰랐다. 단 하나라도 잃어버린다면 공연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인천 공항에서 파리행 비행기가 1시간 지연 출발했다. 자칫하면 파리에서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 시간과 겹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미친 듯이 달려 입국 심사를 마치고, 겨우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급습했다. 또 '일'이 터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막상 영국에 도착하니 오히려 좋은 소식이 많았다. 몇 달 전 외발 자전거 연습을 하다 다친 경선의 다리가 점차 호전되고 있다. 인대가 아예 끊어져 영국 공연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출국 전 열린 쇼케이스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래도 끝까지 해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영국행을 택했다. 그들에겐 이렇게 소위 잘 나가는 스타급 연예인에게선 좀체 찾아보기 힘든 투혼이 있다. 다행히도 상태가 많이 좋아져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시간날 때마다 근처 공원에서 연습을 하며 재활 중이다.

드디어 영국 도착. 에든버러 거리에 선 옹알스 멤버들과 매니저의 모습

작년엔 미처 챙겨오지 못했던 김치도 이번엔 잘 배달돼 왔다. 지난해 김치 7㎏에 수화물 수수료가 20만원 가까이 나와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었다. 이번엔 동행한 스태프의 캐리어에 김치 20㎏을 몰래 챙겼다. 그들은 온라인 중앙일보를 빌어 공항 측에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김치를 먹지 않고서는 공연을 도저히 못 하겠더라.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인가보다." 그들은 한국인이었다. 한국의 비피해 소식에 에든버러의 좋은 날씨를 입에 담지 않을 정도다.

더 기쁜 소식이 이들을 찾아왔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측에서 현재까지의 예매 현황을 메일로 보내온 것. 작년엔 30여 명이었던 예매자가 올해는 그보다 4배 많은 137명이다. 소름이 끼쳤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공연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니…신기하고 놀라웠다. 게다가 에든버러 페스티벌 측은 작년 좋은 성과를 낸 옹알스에게 "너희를 믿는다"며 160석의 메인 극장을 흔쾌히 내줬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사람'이다. 작년 에든버러 페스티벌 참가 당시 공연에 대한 평가와 정보 등을 꾸준히 제공하며 큰 도움을 준 영국인 친구 헤더와 잠시동안의 타국 생활에 큰 힘을 보태준 한국인 민박집 아주머니를 다시 만났다. 당시 아주머니는 "내년에 또 올 거 아니야? 무거운 소품들은 놔두고 가"라며 정(情)을 나눠주셨다. 물론 맡기고 간 소품들도 아주머니의 마음만큼이나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영국은 그렇게 옹알스를 반기고 있었다. 설레임 반, 두려움 반이다.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의 여정이 이들 만큼이나 유쾌하고 감동 가득한 나날들이길. 이제 겨우 시작이지만 말이다.

유혜은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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