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권석·김성수·신영복·김제동 … 등록금 걱정하는 제자·후배 위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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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성공회대 신영복 석좌교수가 서화전에 출품할 서예 작품을 쓰고 있다.

‘내 눈길 닿는 곳 어디나 해맑은 빛이 흐르고, 내 가슴 지나는 바람 모두 따스한 향기 머금게 하소서.’

 성공회대 김창남(신문방송학) 교수가 대학 시절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활동을 하면서 썼던 ‘내 눈길 닿는 곳 어디나’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다. 김 교수는 최근 이 노래 가사를 붓글씨로 써 서화전에 기증했다.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제자들을 생각해서다.

 성공회대 교수 서예동호회 ‘수서회’ 회원들은 오는 24일부터 ‘아름다운 동행-성공회대 교수 서화전’을 연다. 수익금은 전액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양권석 총장을 비롯해 김성수 전 총장, 신영복 석좌교수 등 교수 20여명이 뜻을 모았다. 신문방송학과 재학생인 방송인 김제동씨, 문정은 총학생회장도 동참했고 교직원도 힘을 보탰다.

 서화전을 3주 앞둔 요즘 몇몇 교수들은 여름 휴가도 반납한 채 서화전 준비에 한창이었다. 김창남 교수는 “교내 새천년관 교수 휴게실에 먹과 벼루, 화선지를 갖다 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하고 있다”며 “수서회는 매주 수요일에 모이지만 매일 휴게실에서 연습하는 교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영복 석좌교수는 ‘처음처럼’ 붓글씨는 물론,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썼던 글감으로 서화를 제작해 기증했다. 신 교수는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학생들과 마음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대학 부총장인 이영환(사회복지학) 교수는 “요즘 등록금 문제로 사회 전체가 시끄러운 상황”이라며 “뜻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어려운 문제를 같이 공감하자는 취지로 서화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화전에 나오는 글귀는 모두 사회적으로 좋은 의미를 갖는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문정은 총학생회장은 “방학 동안 붓글씨를 연습하느라 교수님들과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고민 상담도 하고,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 서화전은 24일부터 30일까지 인사동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열린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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