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정몽헌 회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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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경영에서 손을 뗀 정몽구(62)회장과 사실상 그룹 경영권을 쥐게 된 정몽헌(52)형제는 1996년 그룹을 이끌던 정세영 회장이 그룹을 떠나면서부터 그룹 경영권 레이스를 벌였다.

두 회장은 경영 스타일이 다를 뿐 아니라 그룹이 분할을 앞두고 여러 차례 충돌하기도 했다.

열살이나 많은 형 정몽구 회장을 제치고 현대호의 실질적 지휘자로 부상한 정몽헌 회장은 명석한 두뇌에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전자.종합상사쪽 경영을 맡아오면서 국제 감각과 경영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연세대 국문과를 수석으로 입학한 정몽헌 회장은 대학 졸업 뒤 현대중공업 차장으로 그룹에 몸을 담았다.

그 뒤 현대상선 사장(81년)을 '잠깐' 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페어레이디킨스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학위를 받고 돌아왔다.

정몽헌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본격 뛰어든 것은 84년 현대전자 사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취임 직후 의욕적으로 벌인 반도체 사업이 초기만해도 적자가 쌓이는 등 흔들렸지만 10년 뒤인 95년에는 연간 3조원 이상의 이익을 거두는 알짜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부친의 '경영능력 평가시험' 에 합격한 것도 바로 이 시기라고 측근들은 말한다.

鄭명예회장이 출마한 92년 대선 이후 선거법 위반 혐의로 1년 넘게 옥살이를 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이자 부친이 '역시 내 아들' 이라고 말했다는 것.

그 뒤 정몽헌 회장은 그룹 부회장 겸 현대건설.현대상선 회장(96년), 현대종합상사 회장(97년)에 이어 98년엔 현대그룹 회장직에 오르는 등 초고속으로 그룹 경영권의 핵심에 다가갔다.

鄭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인 소떼 방북.금강산 관광 등 대북 사업과 LG반도체 인수도 그의 업적으로 꼽힌다.

그는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건설의 김윤규 사장과 3.14 인사 파문의 주인공인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핵심 브레인으로 삼고 있다. 김재수 그룹 구조조정위원장도 그의 핵심 브레인이다.

앞으로 자동차 경영에 전념하게 될 정몽구 회장은 경복고.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나와 69년 현대건설에 평사원으로 그룹에 발을 들여놨다.

그 뒤 정몽구 회장은 70년 현대자동차.현대자동차써비스의 경영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자동차 경영인으로서의 수업을 닦아왔다.

그는 사실상 자신이 창업한 현대정공을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메이커로 키웠고, 현대정공 회장 시절에는 갤로퍼 신화를 창조하면서 자동차 경영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평소 나서기를 꺼리는 과묵한 성격의 정몽구 회장은 그룹의 경영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지만, 그룹 내에선 추진력 만큼은 鄭명예회장을 빼닮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인맥으론 지난 14일 현대증권 사장으로 내정됐던 노정익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부사장과 이계안 현대자동차 사장 등이 꼽힌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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