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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토종기업, 국내 씨앗시장에서 '선의의 경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외국 자본과 토종 기업이 국내 씨앗시장에서 '선의의 경쟁' 을 벌이고 있다.

한때 시장 종속을 우려했으나 갈수록 품질향상.수출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1997년 종자시장 개방과 외환위기가 겹치자 국내 6대 종자업체 가운데 4개가 외국기업에 넘어가면서 98년에는 외국자본의 시장 점유율이 70%를 웃돌았다.

스위스의 노바티스사가 서울종묘를, 일본의 사카다사가 청원종묘를 인수한 데 이어 국내 1위 종자업체인 흥농종묘와 4위권인 중앙종묘도 1억1천8백만달러에 미국계 세미니스사에 팔렸다.

특히 세미니스는 흥농종묘에 1백50억원을 투자, 경기도의 1만평 부지에 대형 종자 가공 처리시설을 마련하면서 종자 품질개량에 불을 당겼다.

이 시설은 일정한 온도.습도를 유지하면서 씨앗의 굵기.수분 함량에 따라 발아율과 발아세(한꺼번에 싹이 트는 비율)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핵심 장치.

수익성을 중시하는 외국계 기업들은 덤핑 입찰을 자발적으로 포기해 과당경쟁에 제동을 걸었다. 이같은 거대 외국자본에 맞서 토종 기업들도 반격에 나섰다.

'종자 주권' 을 내건 농우종묘는 마니따(고추).아폴로 수박.일미 애호박 등 신품종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3년만에 시장점유율을 18%에서 22%로 끌어올리며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아시아종묘는 배추와 양배추를 교잡한 '쌈추' 를 내놓아 쌈밥집에서 외래종 쌈 채소를 밀어냈고, 권농종묘도 상추씨앗 시장에서 수입 씨앗을 눌렀다.

동부한농화학은 인터넷으로 과채류 씨앗을 파는 사이버 종자시장을 개설하는 등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정부도 종자시장을 살리기 위해 종묘협회를 통해 60여개의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2~3개 품종씩 전문화를 유도하고 있다.

농림부는 해마다 30억원의 농업정책자금을 종자업계에 배정하고, 외국계 기업이 인위적으로 씨앗가격을 올리면 종자산업법의 강제실시권을 동원해 가격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림부가 강제실시권을 동원한 적은 아직 없다.

외국계 자본이 진출하면서 일부 신품종의 씨앗가격이 올랐으나 일반 품종의 인상률은 미미했기 때문.

흥농종묘의 이상길 부장과 농우종묘의 안용식 개발담당이사는 "국민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낮았던 국내 씨앗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 이라고 말했다.

종묘업체들이 품질 경쟁을 벌인 결과 씨앗 수출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외환위기 직후 1천1백만달러까지 처졌던 씨앗 수출은 지난해 1천7백만달러로 늘었고 올해는 2천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흥농종묘 李부장은 "과거에는 파종 장비의 수출이 많았으나 지금은 부가가치가 높은 씨앗 수출이 대부분" 이라며 "씨앗은 발아율과 발아세가 국제기준에 미달되면 수출이 불가능한 상품" 이라고 말했다.

또 수입품에 의존해온 방울토마토의 씨앗과 내병성(耐病性) 유전인자를 지닌 채소.과일류 종자도 외국계 기업들이 기술을 들여오면서 2~3년 안에 국내에서 생산돼 보다 싼 가격에 공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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