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원 춘천 민국당 한승수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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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후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이란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과거 중책을 맡고 있으면서 강원도나 춘천을 위해 한 것이 없다는 비판도 있는데?

-난 일을 크게 소리내면서 하는 타입이 아니다. 하지만 춘천에서 이뤄지고 있는 모든 사업이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경춘선 복선전철화 사업 등도 96년도에 국회의원 되고 나서 부총리때 처음 예산배정을 했다. 96년에는 고성산불, 철원화천의 장마, 9월 강릉 간첩선 사건 등 3재가 겹쳤을 때 국가예산을 강원도에 특별배정해 위기를 넘기도록 했다. 단지 지역에서 홍보를 많이 안해 피해를 보는 측면이 있다.

▶ 그럼에도 지역에 소홀했다고 느끼는데는 이유가 있지 않나?

-모후보는 이 지역에 계속 살면서 지역관리만 해왔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지역도 개발시켜야 하지만 도발전, 국가발전에도 기여해야 하지 않나? 지방자치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그 역할을 국회의원이 맡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시장, 지사, 도의원을 모두 국민들이 직접 뽑는데,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의 할 일은 다르다. 아버지는 아이들이 보고 싶어해도 나가서 활동해야 그 집안이 크지 않나? 지역의 국회의원 역할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국회의원인지, 시의원인지 모르겠다. 그런 국회의원상은 옳지 않다.

▶ 유권자 반응은 어떤가?

-중산층들은 이해하고 설명하기 전에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민들의 경우 직접 만나고 보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 지난 몇십년간 국회의원의 역할이 지역개발에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약간의 어려움은 있다. 하지만 나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알려지지 않았고 이를 이용하는 후보들도 있어서 좀 억울하다.

▶ 그 때문인지 여론조사 결과에서 고학력층의 지지는 높은 반면 서민층의 지지도가 떨어진다. 대책이 있는지?

-임시방편적인 대책을 통해 정치를 하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추진하는 정책이나 지역사업을 충실히 해온 점을 시민들이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준비한 홍보물을 잘 읽어보면 상당부분 설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보고서를 꼼꼼하게 읽어주길 바란다.

▶ 고교 선후배지간이고 같은 당에서 의정활동을 하다가 결국 한지역에서 맞대결하게 됐는데 서운한 점은 없는가?

-지역개발을 위해서 유의원도 열심히 노력해왔다. 유후보와 내가 싸우는 것이 아니다. 나는 12년동안 당을 한번도 바꾼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회창씨가 밀실공천을 통해 사당화된 상태에서 당연히 나에게 와야할 공천이 다른 사람에게 갔다. 이회창씨에게 서운하고 문제점을 느끼지 유후보에게 서운한 것은 없다.

▶ 시민단체 낙천자 명단에 오른 점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나?

-시민단체의 운동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한국정치현실을 바꾸는데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대상자 명단 선정과정은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 기준이 불분명하고 자의적인 선정과정으로 억울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내 경우에도 헌정질서 파괴 및 반인권행위를 한 국보위 입법회의 의원이었다고 했는데, 난 국보위 의원도 아니었다. 외환위기가 닥치는 상황에서 경제학 교수로 있던 나에게 정부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래서 국보위 비대위 재무분과에서 외환위기를 넘기고 다시 서울대로 돌아왔다. 이후 전두환 정권 7년동안 일체의 정치활동을 안했던 사람을 국보위에 참여했다고 낙천명단에 포함시킬 수가 있는가?

▶ IMF 위기 직전인 97년 3월까지 경제부총리를 맡았는데, 당시의 경제위기도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외환위기는 단기외채의 비중이 너무 커졌던 것이 직접적 요인이다. 만약 당시 대미, 대일 관계만 좋았다고 해도 외환위기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자찬같지만 써머스가 '한승수만 있었다면'이라고 했다고 한다. 어려울 때에 적절한 대미, 대일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없었던 점이 큰 문제였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경제상황을 잘 아는 외교통이 당시 경제팀에 있었더라면 그런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현재의 한국경제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지금 우리 경제가 잘 된 것은 경기부양책을 썼기 때문인데 이것이 오래가면 구조조정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만약 이런 팽창정책이 지속되면 다시 위기가 올 수 있는데, 선거가 겹친 탓에 정부가 긴축책을 쓰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경제란 경세제민(經世濟民)
아닌가. 내 경제이념을 구현시키기 위해서 정치권에 들어왔고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고 본다. 우리 가문이 춘천에서 500년을 넘게 산 토호다. 그런데 춘천지역의 개발이 너무 늦어서 춘천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생각도 컸다. 지역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왔고 지난 10여년간 춘천시가 많이 발전하고 변했는데 시민들이 그 점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 여론조사결과마다 순위가 다르게 나오는데?

-지금 전화조사의 방법으로는 정확한 여론을 듣기 어렵다. 언론사마다 결과가 제각각인 것을 보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나. 또 내 지지층은 열성적이지는 않고 쉽게 드러나지 않아서 조사결과에 반영안된 측면도 있다.

▶ 이상룡 후보나 유종수 후보는 시간이 지나가면서 이후보와 유후보간의 2강구도가 굳어질 것으로 예상하던데?

-이렇다 저렇다 말 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날 피하고 싶어 한 말인 듯하다.

▶ 어느 정도의 승리를 예상하나?

-지난 선거에서 58.8%의 득표를 했다. 이번에는 한나라당 공천을 못받아 초반에 좀 고생하고 있지만 반드시 내가 이길 것이고 확실한 압승을 거둘 것이라고 본다.

▶ 민국당 참여보다 무소속 출마가 더 많은 표를 얻지 않았겠는가?

-정치는 조직의 힘이 크다. 찬반양론이 갈릴 수 있지만, 최소한 민국당은 1인 보스정당은 아니다. 단지 선거가 너무 촉박한 시점에 조직이 되어서 당의 정강이나 이념이 국민에게 많이 안알려졌다.

▶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에 직접 답변하나?

-다 읽어보고 구술하면 보좌관이 답변한다. 가끔 속상한 글도 올라오는데 새겨서 생각해보면 그럴 듯해서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비판의 글도 고맙게 생각한다. 여수에 사는 춘천출신 네티즌이 올린 글이 기억에 남는다. 전라도였으면 한승수같은 인물을 키우는데 왜 죽이려 하느냐고 하더라.

▶ 당선된다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할 것인가?

-내가 세계경제, 정치계에 가지고 있는 인맥은 내 개인의 것이 아니다. 이런 인맥을 활용해 대한민국과 춘천발전에 힘을 쏟겠다. 춘천 지역발전문도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데 앞장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 또 중앙정치에서 정계개편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더 민주적이고 국민들에게 개방된 그런 정당을 키우는데 힘을 쏟겠다. 춘천의 인물을 키워달라.

조인스닷컴 손창원 기자 <pendori@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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