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식 유머로 풀어낸 ‘이상해진 아버지를 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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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게임 한 판을 하고 난 느낌이다. 주사위 두 개를 굴려 자신의 운수와 판단력을 시험하는 블루마블 같은 보드게임 말이다. 소설가 김중혁(40·사진)씨의 새 장편 『미스터 모노레일』(문학동네)의 독후감이다.

 물론 소설은 단순한 심심풀이인 것만도 아니다. 인생과 삶의 태도에 관한 특유의 철학이 담겨 있다. 소설에 녹아 있는 인생 철학은 이런 것이다. “1의 반대쪽에는 6이 있고, 2의 반대쪽에는 5가 있고, 3의 반대쪽에는 4가 있다!” 어쨌든 주사위는 균형을 이루니 세상은 공평하고 따라서 어떤 숫자가 나오든 어디로 가든 상관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에게 승리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승리를 위해 홀로 결단해야 할 땐 외롭겠지만 한 판 졌다고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니라 몇 번이고 새 판을 시작할 수 있으니 패배는 치명적이지 않다. 처절함 없는 ‘게임적’ 가벼움의 세계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모노가 어느날 환상적인 보드게임 ‘헬로 모노레일’을 만들어낸다. 게임이 불티나게 팔리며 순식간에 떼돈을 번 그는 3D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들기 위해 유럽으로 혼자 여행을 떠난다. 동업자 고우창의 아버지 고갑수가 각진 모서리 때문에 세상이 망한다며 둥근 공을 신봉하는 사이비 종교 ‘볼스 무브먼트’에 깊숙히 개입하면서 이야기는 급류를 탄다. 위험에 빠진 고갑수를 구출하는 과정이 소설의 뼈대다.

 무엇보다 김중혁식 유머가 돋보인다. 특히 인간보다는 침팬지에 가까운 존재라고 너스레 떨며 전하는 ‘십대 중반 소년들의 생태계’ 묘사는 압권이다. 과연 김씨의 의도는 어떤 것일까. 김씨는 “특별한 메시지는 없다. 독자들이 하나의 커다란 농담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러니 게임 맞다, 이 소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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