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유가 밴드제 모색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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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를 방문중인 알리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19일 변동이 심한 국제 석유시장에서 소비자와 생산자를 모두 보호하기 위해 가격 변동을 일정한 범위로 제한하는 개념의 `유가 밴드제'를 제안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이라크의 아메르 라시드 석유장관과 회담한 뒤 "석유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격 밴드제를 실시하는 방안도 있다"면서 "그것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를 위해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오는 27일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석유장관 회담을 앞두고 석유생산량과 가격 수준에 관한 사전 의견 조율을 위해 중동지역 OPEC회원국들을 순방하고 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유가 밴드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석유 업계소식통들은 이 방안이 석유 가격 변화에 맞춰 석유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이 방안이 시행되려면 미국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들과 신중한 협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OPEC 장관 회담과 관련, 석유 증산에 관해 어떤 구체적인 숫자도 합의된
바 없다면서 OPEC 장관들은 빈 회담에서 석유 수요 증가나 석유 재고량등을 고려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증산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먼저 장관회담에서 언제, 얼마나, 어떻게 증산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면서 멕시코나 노르웨이, 러시아 같은 비(비)OPEC 국가들과도 접촉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의 라시드 장관은 로드리게스 장관과의 회담을 마친 뒤 이라크는 `현재의수요와 이라크의 능력'에 따라 석유 증산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의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은 이와 관련, 멕시코는 "장기적으로 지속될수 있는 가격에 관해 산유국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면서 "너무 높은 가격은 너무낮은 가격과 마찬가지로 세계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한편 OPEC 회원국들에 증산압력을 넣고 있는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일인도로 향하는 미 공군 1호기에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석유증산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차베스 대통령이 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에 대해 클린턴 대통령에게 베네수엘라의 빈곤과 외채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클린턴 대통령은 16일에도 사우디 아라비아의 파드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국제유가를 끌어내리려면 `상당한' 석유 증산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사우디의 협조를 요청했다.

빌 리처드슨 미국 에너지 장관은 19일 산유국들에게 석유를 증산하고 가격을 낮출 것을 설득하기 위해 나이지리아, 알제리아, 아랍에미리트연합, 인도네시아 등 산유국 순방에 나선다.

(바그다드 dpa.AP=연합뉴스) kdy@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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