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의 전설 뜨자 관중 “김봉연 홈런, 최동원 삼진” 합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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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경남고와 군산상고의 ‘레전드 리매치’에 참가한 최동원(왼쪽·경남고 출신)과 김봉연(군산상고 출신)의 모습. [뉴시스, 김민규 기자]


‘원조 홈런왕’ 김봉연(59) 극동대 교수와 ‘무쇠팔’ 최동원(54) 전 한화 2군 감독이 22일 ‘경남고-군산상고 레전드 리매치’가 열린 서울 목동구장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1972년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에서 김준환(57·원광대 감독)·김일권(56·사업)씨와 함께 맹활약, 군산상고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황금사자기 결승 상대는 최강으로 평가받던 부산고였고, 군산상고는 9회 말 역전극으로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군산상고는 76년 청룡기 대회 결승전에서 당시 경남고 선발이던 최 전 감독의 구위에 눌려 1-9로 대패했다. 최 전 감독은 9이닝 1실점 20탈삼진으로 완투해 야구팬의 기억 속에 선명한 이미지를 남겼다. 같은해 8월 화랑대기에서도 16탈삼진으로 군산상고를 압박, 6-1 승리를 이끌면서 천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김 교수와 최 전 감독의 고교 야구팀은 라이벌이었지만 대학은 연세대 선후배 사이다.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종종 연락한다. 그래도 35년 전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김 교수는 “고교 유니폼을 입고 경남고 최동원을 보니 ‘내가 군산상고 선수였지’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뭉클하다”며 “최고의 선수들과 다시 경기를 하게 돼 설렌다”고 말했다.

최 전 감독은 “나는 공을 안 만진 지 너무 오래돼 투수로 나설 수 없지만 김봉연 선배도 있고,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아 일부러 왔다”고 말했다.

 고교·실업야구 최강의 타자였고, 프로에서 두 차례(1982년·1986년) 홈런왕을 차지한 김 교수의 눈에 최 전 감독은 어떤 투수였을까. 김 교수는 “선동열보다 낫다”고 말했다. “최동원은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를 던졌고, 선동열은 강속구와 각 큰 슬라이더를 던졌다. 단순한 구종으로 최고가 됐다는 것은 최고의 공을 던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연투 능력과 승부근성에서 최동원이 확실히 한 수 위였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는 혼자 4승을 거뒀다. 선동열은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전 감독은 “김봉연 선배가 타석에 서면 ‘한 방’ 생각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삼구삼진의 대명사로 홈런 타자에게도 초구에 승부를 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승부사 최 전 감독이지만 ‘걸리면 넘어가는’ 김 교수를 상대로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 선배에게 홈런을 맞으면 점수를 내주는 것뿐 아니라 팀 전체의 분위기가 가라앉았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해서 던졌다.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타자였다”고 회상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김봉연 홈런!”과 “최동원 삼진!”을 연호했다. 김 교수는 “우리를 아직도 현역으로 생각하시네. 고마운 일이지”라며 손을 흔들었다.

 7회 경기로 치러진 이날 군산상고는 0-4로 끌려가던 5회 상대 실책을 틈 타 4-4 동점을 이룬 뒤 6회 3점을 뽑아내 7-5로 역전승을 거뒀다.

글=유선의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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