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강남에는 소형 오피스 빌딩이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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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서울 강남은 우리나라의 대표 부자 동네다. 교육여건이나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주거 환경이 좋다보니 부유층들에게 인기가 많고 이 때문에 주택도 대개 중대형이 많다.

업무시설도 마찬가지다. 테헤란로로 불리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선릉역 사이 대로변에는 국내 각 분야 굵지의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한때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렸다.

그런데 이런 이미지와는 달리 여느 지역보다 소형 오피스 빌딩이 많은 동네 또한 강남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강남 개발 초기인 1980년 이후 들어선 오피스 빌딩 대부분이 소형이었다.

중·대형은 2000년대 들어서나 하나 둘 개발되기 시작했다. 서울의 대표 주거·업무지역인 강남에 왜 소형 오피스 빌딩이 들어선 것일까. 미래에셋부동산연구소 류강민 선임연구원은 “개발 전 강남지역 땅은 대개 개인이나 중소업체들이 소유한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데 1980년대 이후 강남 개발 압력이 높아진 데다 당시 시행됐던 토지초과이득제로 세금 부담이 커지자 토지 소유주들이 건축비가 상대적으로 덜 드는 소형 오피스 빌딩을 짓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피스 수요 흡수하고 세금도 덜고

실제로 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된 반면 공급의 경우 도심의 용적률 억제 등으로 강북지역보다 강남지역 등에 오피스 공급에 대한 압력이 증가하게 됐다.

당시 강남은 유휴지가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오피스 개발이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강남 땅은 개인이나 중소 법인 소유가 많았다고 한다. 이들이 토지초과이득제로 세금 부담이 커지자 이를 피하기 위해 오피스 빌딩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늘어나는 오피스 수요와 세금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었던 절묘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중소 법인이다 보니 건축비 부담이 적은 소형 오피스 빌딩이 주를 이뤘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오피스 임대시장에는 ‘보증부월세’보다는 ‘전월세’가 많다. 보증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보다 보통 10배 이하로 월세 비중이 높은 계약을 말한다. 반면 전월세는 보증금이 월세보다 훨씬 더 높은 임대 계약이다.

류 선임연구원은 “소형 오피스 빌딩의 경우 소유주 또한 개인이나 중소 법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를 줄일 수 있는 전월세 계약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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