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성정1동 주민들의 재래시장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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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성정1동 주민들이 동네시장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상인은 친절·믿음을, 주민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조영회 기자]

재래시장 활성화, 주민들이 함께 한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지역 대형마트에서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반면 재래시장은 긴 장마에 이은 찜통더위로 시장을 찾는 손님이 부쩍 줄었다. 동네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역 주민이 팔을 걷어 붙였다. 천안시 성정1동 부녀회는 최근 성정5단지시장과 ‘전통시장 이웃 일촌 맺기’ 행사를 가졌다. 주민들이 시장을 애용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뜻을 모았다.

 성정1동 새마을지도자와 부녀회가 가장 먼저 전통시장 이용에 앞장서기로 했다. 회원들은 19일 성정1동 주민센터에서 독거노인 60명을 초청해 경로 위안잔치를 열었다. 중복을 맞아 정성껏 준비한 삼계탕을 대접했다. 닭, 인삼, 대추를 비롯해 이날 준비한 각종 채소와 과일 모두 동네시장에서 구입했다.

 회비를 걷어 봉사하는 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행사에 필요한 식재료를 사기 위해 가격이 저렴하고 한꺼번에 모두 살 수 있는 천안시 농산물도매시장이나 대형마트를 이용해 왔다.

 소외계층 밑반찬 전달하기, 사랑의 송편 나누기, 김장김치 담그기, 독거노인 위안잔치 등에 들어가는 식재료 비용만 어림 잡아 1000여만원에 이른다. 적잖은 금액이지만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금액이다. 저렴하고 신선한 재료를 골라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 대형마트, 기업형 수퍼마켓의 등장으로 더욱 힘들어진 상인들은 ‘동네주민이 시장 살리기에 나섰다’는 소식이 그저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다. 상인들도 주민들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만큼 최상의 서비스로 주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시장은 믿음 주고 주민은 아이디어 내고

21일 오후 천안 성정1동 주민센터 회의실에 주민과 상인들이 시장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10·1·10 법칙이 있습니다. 10만원 들여 1명의 고객을 단골로 만들었는데 10초간 기분 나쁘게 해 돌아서면 다시 그 고객을 단골로 만들기까지 1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만큼 고객 서비스가 중요합니다.”

 김미숙(52) 부녀회장과 김돈영(63)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 유순자(60)·이세경(50)·이청자(49)씨, 윤형기(58) 상인회장, 김한수(55) 총무가 한자리에 앉아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의견을 나눴다. 김미숙 회장이 그동안 생각했던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부분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주민들에게 신뢰를 줘야 합니다. 농산물일수록 속아서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입산이라도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건 분명 다릅니다. 5단지시장은 뭐든지 정확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합니다.”

 김 회장은 ‘체계화된 원스톱 배달’ ‘신선한 식재료 주문 공급 시스템’ ‘아이를 임시로 맡겨놓고 장을 볼 수 있는 쉼터 제공’ ‘5단지시장만의 특색 있는 장바구니 제작’ 등 평소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상인회에 전달했다.

쉼터·장바구니·게시판 등 고객의 소리 반영

김돈영 회장의 날카로운 지적도 있었다.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고객이 기분 좋아야 합니다. 친절하면서도 상도덕을 지키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손님에게 믿음을 주면서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는 곳이라는 이미지는 하루 이틀에 형성되는 게 아닙니다. 반복적인 교육만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 소리함 설치’ ‘목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게시판 조성’ ‘청결한 식당 만들기’ ‘아파트 게시판 홍보’ ‘고객 감동시킨 친절 상인 선정’ 등 다른 주민들도 그동안 담아뒀던 생각을 말했다.

 윤형기 상인회장은 “뜻만으로도 고마운데 생각지도 못한 많은 아이디어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주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친절교육을 비롯해 신선하고 저렴한 물건으로 믿음 주는 시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성정5단지시장은 아이디어 가운데 특색 있는 장바구니 제작, 아이 맡길 수 있는 쉼터 마련, 행사 품목 게시판(시장 입구) 설치 등은 회의를 통해 즉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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