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본 의원들 독도까지 안내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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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일본 야당인 자민당의 ‘영토에 관한 특명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4명이 며칠 전 “울릉도를 방문하겠다”고 발표했다. 8월 1일 서울에 와 한국 국회의원들을 만난 뒤 2일 정기선 편으로 울릉도에 들어가 독도박물관 등을 둘러보고 하룻밤 묵는다는 것이다. 일부 일본 언론은 이 계획을 두고 ‘적정(敵情)을 탐지’한다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썼다. 일본 외무성은 이미 그제부터 한 달간 모든 직원들의 대한항공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어떻게 하든 독도 이슈를 부각시켜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보려는 일본 정부·정치권의 의도가 빤히 읽힌다.

 그렇더라도 합법적으로 입국해 울릉도에 가겠다는 일본 의원들의 발을 묶을 방법도 없고 굳이 묶어놓을 이유도 없다. 입국금지나 여행제한 조치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는 게 낫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어제 의원 방문단과 국내 시민단체 간 충돌 가능성 등을 들어 “일본 정부 내에서 정리돼 방문 계획이 취소되는 쪽으로 정부가 대응하겠다”고 말했지만 당당해 보이는 대응 자세가 아니다. 여당도 아닌 야당의 몇몇 의원이 한국을 방문하겠다는데 굳이 외교 채널을 통해 오지 말아달라고 종용하는 것은 궁색하다. “모든 조직을 동원해서라도 국민의 이름으로 울릉도 진입을 막겠다”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다짐도 얼핏 말은 시원해 보이지만 더 큰 소음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국제적으로 소란을 피워보려는 속셈이 뻔한데 맞장구쳐 줄 이유가 없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관계 당국이 자민당 중·참의원 의원 4명을 울릉도는 물론 독도까지 친절하게 안내할 것을 권한다. 울릉도에서 독도박물관을 관람하노라면 일본 의원들도 느끼는 점이 많을 것이다. 울릉도에서는 날씨가 좋을 경우 육안으로도 독도 관측이 가능하다. 일본은 과거 ‘울릉도에서는 독도가 안 보인다’고 우기면서 이를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근거로 삼았다. 직접 자기들 눈으로 확인한다면 잘못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울릉도에서 독도로 입도(入島)하는 절차는 그리 까다롭지 않다. 미리 신청서를 제출해 울릉군으로부터 신고필증을 교부받기만 하면 된다. 울릉군수는 모처럼 찾아온 일본 손님들에게 신속·친절하게 필증을 발부해 편히 독도에 들어가게 도와주기 바란다.

 그러나 일본 의원 방문단은 아마 독도에까지 들어가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행정기관의 신고필증을 받아 입도하는 자체가 ‘독도는 한국땅’을 인정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러시아와 영유권을 다투고 있는 쿠릴열도 4개 섬(‘북방영토’)에 대해서도 자국민이 러시아 비자를 받아 들어가는 행위를 정부 차원에서 막고 있다. 관광객·사업가들이 종종 정부 지침을 어기고 러시아 비자로 쿠릴열도를 여행해 사회문제가 되곤 한다. 일본 의원들이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이왕이면 독도까지 둘러보라고 권유하자. 그게 당당한 태도다. 독도는 우리 땅이며, 독도의 영유권을 놓고는 어떤 분쟁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