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없이 결의한 파업 무효

중앙일보

입력

조합원 총회와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고 조합원 결의대회만으로 강행한 파업은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상당수 노동조합이 총회 대신 결의대회를 통해 파업을 결정해온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대법원 형사2부 16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만도기계㈜ 노조 조직국장 黃모피고인에 대한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동조합법은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해 과반수 찬성으로 파업을 결정토록 하고 있다" 며 "노조가 절차를 따를 수 없는 납득할 만한 사정이 없는 한 투표를 거치지 않은 파업은 위법" 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투표를 안한 것은 노조내부 의사결정 과정의 결함일 뿐 조합원 대다수가 참석한 결의대회를 총회로 볼 수 있다' 고 판시했으나, 노조측이 총력투쟁을 사전 공고한 뒤 사실상 파업의 일환으로 결의대회를 열었다는 점에서 적법 절차로 보기 어렵다" 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규찰대를 조직해 현장을 순찰하면서 파업참가를 독려한 것은 파업 불참자에 대한 물리적인 강제로 적법 범위를 벗어난 것" 이라고 덧붙였다.

黃피고인은 1998년 5월 6일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어 체불임금 등의 지급을 요구하는 파업을 같은 달 12일까지 주도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한편 黃피고인이 그해 5월 12일 이후 구조조정 방침에 맞서 벌인 파업에 대해서는 1.2심과 대법원이 모두 "구조조정은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으로 쟁의 대상이 아니다" 며 유죄를 인정했다.

최재희 기자 <cj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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